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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지난 6일 수원 KT전 9회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수원=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모든 숫자가 특급을 향하고 있다. 첫 경기부터 패스트볼 구속이 150㎞데 중반대에서 형성된 것은 물론 분당회전수(RPM)와 필리스포인트까지 그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다. 사령탑 또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진화 과정을 설명했다. LG 마무리투수 고우석(23)이 누구보다 뜨겁게 시작점을 통과했다.

묵직한 돌덩어리가 포수 미트를 뚫을 것처럼 다가온다. 고우석은 지난 4일 창원 NC전에서 포심 패스트볼 최고구속 155㎞, 최소구속 153㎞를 찍으며 삼자범퇴로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공 9개 중 8개가 포심이었고 슬라이더는 단 하나였는데 그 슬라이더로 강진성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승리를 완성했다.

지난 6일 수원 KT전도 비슷했다. 패스트볼만 6개 던져 강백호, 유한준, 장성우를 돌려세웠다. 타자들이 강속구에 타이밍을 잡기 힘든 시즌 초반이기도 하지만 고우석 또한 투수들의 페이스가 다 올라오지 않는 시기에 가장 강한 공을 던진다. 첫 두 경기 모두 1점차 리드에서 등판해 세이브 2개를 수확했다. 평가전과 시범경기 기간 페이스를 천천히 올렸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투구 밸런스와 구위가 뛰어나다.

이는 트래킹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국내 베이스볼 트랙맨 업체 스포티스틱스에 따르면 지난 4일 창원 NC전에서 고우석은 포심 패스트볼과 관련된 모든 수치가 향상됐다. 평균구속부터 RPM, 그리고 팔의 높이까지 두루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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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심 패스트볼의 경우 RPM과 구속, 수직무브먼트가 정비례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즉 최근 등판에서 고우석이 이전보다 강한 포심을 구사하고 있음이 증명됐다. 더불어 릴리스포인트 높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LG 베테랑 포수 이성우는 “우석이는 밸런스가 흔들릴 때 자신도 모르게 팔높이가 낮아진다. 그래서 경기 중에도 팔높이를 조금 높게 유지하라는 사인을 준 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고우석은 지난해 무릎 수술 전후로 기복을 겪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릴리스포인트 높이가 일정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마무리투수 1년차 시즌보다 릴리스포인트가 내려왔다. 하지만 지난 4일 창원 NC전에서는 2019년 평균보다 높은 릴리스포인트 높이를 유지했다.

LG 류지현 감독도 과정을 뚜렷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우석이는 2019년과 2020년 투구 메커닉이 좀 달랐다. 작년에는 팔회전이 컸다. 그러면서 변화구가 날리는 경우가 있었다. 2019년보다 더 잘 하려고 했다가 혼란을 겪었다”며 “혼란도 있었지만 그러면서 자신의 투구를 더 잘 정립한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은 혼란없이 자기 것을 잘 찾아서 투구하고 있다고 본다. 그게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토] 고우석 \'역투\'
LG 투수 고우석이 지난달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연습경기 8회 역투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인위적으로 팔높이를 올린 것은 아니다. 고우석은 6일 수원 KT전에서 세이브를 올린 후 “팔높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 감독의 말대로 자신에게 적합한 메커닉을 찾았고 그러면서 더 강하고 정확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 지난 2경기에서는 포심 패스트볼의 비중이 높았지만 고우석은 터널링에도 신경 쓰며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도 구사한다.

물론 이제 2경기다. 시즌 종료까지 140경기 이상이 남았고 고우석 또한 앞으로 50경기 이상을 등판할 것이다. 그래도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가 유의미하다. 정상급 마무리투수에 안주하지 않고 ‘원톱’을 응시하는 고우석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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