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이라크 시간지연 발언? 여전히 내 생각은 같아. 축구는 축구를 해야 재미있다.”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1차전 이라크전 직후 상대 시간끌기 축구를 비판한 것에 다시 한 번 소신껏 말했다.

손흥민은 5일 대한축구협회(KFA) 출입기자단과 화상 인터뷰에서 당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이라크 수장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근거 없는 발언”이라고 반박한 것에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당시 경기 끝나고 도핑을 하러 갔는데 이라크 선수도 함께 했다. 내가 그런 얘기(시간끌기)를 하는 데도 (그 선수도 자신들의 축구에 대해) 이해 안 되는 부분을 얘기하더라”고 강조했다. “솔직히 선수의 입장으로 이라크가 이해는 된다”고 말한 손흥민은 “한국에 와서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비겨서라도 승점 1을 얻으려는 건 존중할 수 있다. 다만 경기 시작과 함께 골킥부터 시간을 끄는 것을 제지 안하는 건 큰 문제여서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전에서 상대 밀집 수비와 시간을 끄는 경기 운영에 맞물리며 경기를 주도하고도 0-0으로 마쳤다. 안방 2연승을 노린 한국으로서는 첫 판에서 꼬인 셈이다. 손흥민은 “축구 선수, 팬의 한 사람으로 축구는 축구하는 게 재미있는 것이지, 시간 끄는 게 재미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경기를 앞서다가 막판 5분이나 10분을 시간 끄는 건 전술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라크 감독은 한국에서도 지도하신 분이다. 내게 ‘근거 없는 발언’이라고 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와 혹시 다른 경기를 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웃었다.

손흥민
손흥민이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 월드컵 최종 예선 1차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손흥민은 레바논전에 대해 “상대 밀집수비를 세밀하게 극복하기 위해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지난 시즌 EPL 17골10도움을 포함해 한 시즌 22골17도움으로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 신기록을 쓴 그는 새 시즌에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초반 EPL 3경기에서 2골을 몰아쳤다. 기세를 높인 손흥민은 A대표팀의 월드컵 최종 예선을 앞두고 ‘벤투호’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라크전에서는 슛 1개에 그쳤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해결사보다 조력자 구실을 하고 있는데, 좀 더 그가 적극적인 슛을 앞세워 득점에 가세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실제 그는 벤투호 출범 이후 22경기에서 4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해결하고 싶고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나 슛을 때릴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도 맞다. 밖에서 보는 것과 뛰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내가 경기장에서 느낄 땐 슛 자세가 좋지 못하거나 상대 수비가 많아서 무의미한 슛이 될 것으로 여길 때 동료에게 준다”고 해명했다. 그는 “스스로 보완해야 하고, 조금 더 욕심을 내보겠다”고 했다.

다음은 손흥민과 일문일답- 첫 경기 이라크전도 그랬지만,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상대 팀이 밀집수비를 많이 펼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동료와 어떠한 얘기로 대비하는가.

대표팀에서나, 토트넘에서나 많은 밀집수비를 경험하면서 약속한 플레이로 풀어나가는 것보다 세밀함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밀집 수비 극복은 늘 과제다. 기본적으로 패스의 강도, 볼 움직이는 속도 등 모두 개선돼야 한다. 공간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 역시 많이 얘기하고 있고, 선수들과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 이라크전 이틀 전에 귀국해서 풀타임. 아무래도 어려웠을 것 같다. 현재 컨디션은 어떠한가.

일단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팬들에게도 죄송하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건 핑계일 뿐이다. 레바논전은 조금이나마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피곤하면 자고, 잘 먹고, 훈련할 때 조절해서 하는 편이다.

- 대표팀에서 조력자 구실을 주로 하는데, 최전방에서 슛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나 역시 해결하고 싶고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나 슛을 때릴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안 때리려고 하는 게 아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뛰는 입장이 다르다. 난 내가 준비가 안 돼서 슛을 못하거나, 상대 수비가 많아서 의미없는 슛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때 좋은 위치 동료를 찾는다. 물론 보완해야 한다. 어쨌든 우리가 이기려면 골을 넣어야 하지 않느냐. 나도 슛을 좋아하고 자신 있어 한다. 마음처럼 잘 안되는 것도 있지만, 슛에 대해 조금 더 욕심 내보겠다.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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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전 이후 감독, 선수들과 어떤 부분에 무게를 두고 레바논전을 준비하나.

일단 선수와 얘기 많이 하고 있다. 감독과는 전술적으로 크게 얘기하는 건 아니다. 축구는 짧은 시간, 작은 공간에서 많은 게 일어난다. 앞서 말했듯이 세밀한 플레이가 중요하다. 완벽하게 골을 만들어서 넣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간을 많이 만들 수 있는지, 상대 수비를 끌어내릴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 같은 조에서는 첫 경기에서 이란만 이겼다. B조에서는 일본이 오만에 졌더라.

다른 팀에 관심이 없다. 일본이 지고 이란이 이기고 등을 신경쓸 겨를이 없다. 오로지 우리 팀에만 신경쓰고 있다.

- 이라크전 이후 상대 시간끌기를 비판하는 발언이 이슈가 됐다. 상대 아드보카트 감독은 ‘근거 없는 발언’이라고 하더라.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당시 경기 끝나고 도핑을 하러 갔는데 이라크 선수도 함께 했다. 내가 그런 얘기(시간끌기)를 하는 데도 (그 선수도 자신들의 축구에 대해) 이해 안 되는 부분을 얘기하더라. 솔직히 선수의 입장으로 이라크가 이해는 된다. 한국에 와서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비겨서라도 승점 1을 얻으려는 건 존중할 수 있다. 다만 경기 시작과 함께 골킥부터 시간을 끄는 것을 제지 안하는 건 큰 문제여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축구 선수, 팬의 한 사람으로 축구는 축구하는 게 재미있는 것이지, 시간 끄는 게 재미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경기를 앞서다가 막판 5분이나 10분을 시간 끄는 건 전술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라크 감독은 한국에서도 지도하신 분이다. 내게 ‘근거 없는 발언’이라고 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와 혹시 다른 경기를 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EPL은 관중이 들어오고 있다. A매치는 아직 무관중 경기로 치르고 있는데.

‘과연 축구라는 스포츠가 팬이 없다면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늘 한다. 텅 빈 관중석 앞에서 경기하면 힘도 안 난다. 팬과 공유하는 기분이 있지 않느냐. 이겼을 때 함께 좋아하고,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 서로 감탄하면서 환호하는 것. 이런 게 너무나 그리운 것 같다. 서울, 수원 이렇게 큰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데 관중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 이틀 뒤 레바논을 상대한다. 각오 한마디 해달라.

첫 경기는 우리도 결과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당연히 승리하면 좋겠으나 가끔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배움이 있으리라고 본다. 이제 9경기를 더해야 하는 데 팬의 응원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훈련장과 운동장에서 온 힘을 다해 승리하는 경기 하도록 노력하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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