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IFA 남아공월드컵 한국-나이지리아
현역 은퇴를 선언한 조용형(오른쪽). 사진은 스스로 전성기로 여기는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조별리그 최종전 나이지리아전에서 오바페미 마틴스에 앞서 공을 걷어내고 있다. 최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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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시즌 플레잉코치 시절 조용형(왼쪽).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굿바이! 조용형(38).’

조용형은 2019시즌 플레잉코치 임무를 마친 뒤 제주와 결별했다. 당시 그는 현역 의지를 나타냈으나, 코로나19 여파가 겹치며 새로운 팀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정들었던 축구화를 벗었다. 그렇게 팀을 떠난 지 약 2년 여가 지난 오는 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본지와 연락이 닿은 조용형은 “잊지 않고 연락해준 제주 구단에 감사하다. 선수로 굉장한 영광이다. 사실 은퇴를 하고 시간이 꽤 흘러 무덤덤하다”고 은퇴식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아내가 선수 생활을 더 했으면 하더라. 9세가 된 첫째 아들은 ‘왜 축구 안 하느냐’고 묻더라. ‘나이가 많아서 이제 좋은 지도자가 될 거야’라고 말했다. 스스로 미련 없이 그만두자는 생각을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주와 조용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05년 프로 데뷔도 제주의 전신 부천SK에서 했고, K리그에서는 2007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K리그 통산 195경기 출전 기록만 남았다. 그는 제주의 황금기도 경험했고, 2019시즌엔 플레잉코치로 돌아와 K리그2 강등도 겪었다. 조용형은 “제주는 나를 성장하게 만들어준 팀이다. 애착을 갖고 있다”고 입을 뗀 뒤 “(해외에서 뛰다가) 국내로 복귀할 때도 1순위는 제주였다. 강등 당시 미안함과 책임을 공감했다. 제주가 다시 K리그1에서 좋은 모습 보여줘서 다행이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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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다독이던 조용형의 모습.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으로 2005년과 2010년을 꼽았다. 조용형은 “데뷔시즌인 2005년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시즌이다. 또 2010년은 좋은 멤버로 꾸려져 경기를 하면 승리했고 남아공 월드컵(한국 축구 원정 사상 첫 16강)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전성기였던 것 같다”고 추억했다. “선수 시절은 8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성격상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다. 뭐든 더 적극적이었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현역시절을 곱씹은 조용형은 “내세울 수 있는 건 성실함이다. 운동할 때 만큼은 열심히 했다. 투지 있고 영리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바랐다.

“지도자말고는 다른 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한 조용형. 그는 최근 모교 은사의 부름을 받아,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지도자 라이센스 과정도 밟고 있다. A급 지도자 과정을 마쳤다. 과제만 수행하면 수료증을 받는다. 그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유소년부터 지도하며 차근차근 올라가고 싶다. 주변에서는 지도자를 만류하더라. 하지만 배운 게 축구이고, 대표팀에서도 활약한 만큼 축구 발전을 위해 후배 양성하는 게 맞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도해 보니 보람이 있다”고 뿌듯해 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제주에서 지도자 생활하는 조용형의 모습도 그릴 만하다. 그는 “(시기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더 공부를 해서 그만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지도자로 역량이 되고 준비가 된다면 제주에서 꼭 (지도자) 일을 해보고 싶다. 멋진 지도자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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