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뛰지 않은 박세혁, 그냥 잡히는 줄 알았는데...
두산 박세혁이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 8회초 1사 유격수 땅볼로 아웃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마법사들의 주문이 통한 것일까. 두산의 끈적끈적한 응집력이 실종됐다. 기선을 제압당해 험난한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9회까지 안타 7개를 빼앗아냈지만 단 한 점으로 꽁꽁 묶였다. 분위기를 장악할 기회가 있었으나 믿었던 응집력이 불발탄으로 돌아왔다. 급기야 1-4로 패색이 짙던 9회초 1사 후에는 평범한 3루수 플라이로 생각한 박세혁이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아웃카운트를 헌납하는 장면도 나왔다. 패한 경기는 깔끔하게 버리는 게 두산의 특성이라고는 해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플레이가 나와서는 안된다.

2회초 병살처리하는 심우준[포토]
KT 유격수 심우준이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프로야구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2회초 1사 1루 두산 6번 박세혁 내야땅볼때 1루주자 김재환을 포스아웃시킨후 1루로 송구해 병살처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KT 이강철 감독과 박경수는 “두산이 플레이오프(PO)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만나면 위험하다 싶을만큼 야구를 잘 하더라”면서 “타격감이 정점에 있을 때 사흘 휴식을 취한 게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타석에 들어서는 박경수는 “타격감이 좋을 때 몸이 아파서 하루 이틀 정도 벤치에서 대기를 하면 감이 떨어진다. 타이밍과 리듬이 미묘하게 바뀌는데, 특히 공이 잘 안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개인별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그렇다”고 말했다. 두산의 타격 사이클이 사흘 휴식 기간 동안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묻어난 경험담이다.

2회초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이 우중간에 깨끗한 안타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박경수의 기대가 수포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양석환이 삼진으로 돌아선 뒤 박세혁이 2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강한 땅볼을 쳐 더블플레이로 이닝이 끝나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두산은 4회초 호세 페르난데스의 중전안타와 김재환의 우중간 2루타로 만든 1사 2, 3루 기회에서도 삼진 두개로 득점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6번 타순에 배치된 박세혁은 쿠에바스가 던진 몸쪽 컷패스트볼에 손도 내밀어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볼이 안보여!\' 황재균[포토]
KT 3루수 황재균이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프로야구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9회초 1사 6번 박세혁의 평범한 플라이타구를 놓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1-4로 뒤진 9회초 1사 후에도 묘한 장면이 나왔다. 박세혁의 타구가 3루수 머리 위로 얕게 떠올랐는데, 황재균이 포구하려던 찰나 조명탑에 공이 들어갔다. 황재균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고, 백업한 심우준이 땅에 떨어진 타구를 집어 들었다. 박세혁은 ‘당연히 아웃이겠지’라는 생각으로 황재균의 움직임을 확인하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 달렸더라면 세이프 될 수 있는 시간 여유도 있었다. 이어 허경민과 강승호의 연속안타가 터진 점을 고려하면, 경기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두산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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