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플러 전달받은 최용수 강원 FC 감독
최용수 강원FC 신임 감독이 18일 오전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 중 이영표 대표로부터 머플러를 전달받고 있다. 춘천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춘천=김용일기자] “나부터 절박하게…FC서울과 데뷔전 설렌다.”

오렌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독수리’ 최용수(48) 강원FC 신임 감독은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금세 FC서울의 비상을 이끌었던 ‘그때 그 시절’처럼 자신의 지도 철학을 또렷하게 밝혔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속 간간이 터져 나오는 입담도 여전했다.

‘난파선’에 비유되는 강원 지휘봉을 잡고 현장에 돌아온 최 감독은 18일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팀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헤쳐나간 경험이 있다. 선수들이 극복하리라고 믿는다. 빨리 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기자회견장엔 30여 명이 넘는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최 감독은 앞서 강원 구단주인 최문순 도지사와 면담하며 새 사령탑으로 공식 행보에 나섰다.

강원은 올 시즌 K리그1 잔여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9승12무15패(승점 39)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1위로 밀려나 있다. ‘다이렉트 2부 강등’하는 최하위에 몰린 광주FC(승점 36)와 승점 격차도 3에 불과하다. 김병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이후 여러 지도자가 차기 사령탑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적으로 선택을 받은 건 최 감독이다.

최 감독은 애초 일본 J리그 클럽으로부터도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가 쉽지 않다고 여긴 강원행을 선택했다. 그는 “선수 생활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게 5년간의 J리그 경험이다. 언젠가 지도자로 J리그에서 해보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았다”며 “(강원의) 현재가 아닌 미래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내가 설득을 당했다기보다 마음이 움직이더라. 온실 속 화초처럼 지도자 생활했는데, 강원을 명문 구단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용수 강원FC 신임 감독, 비장의 각오
춘천 | 연합뉴스

현역 시절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친 최 감독은 은퇴 이후 2012년 FC서울 지휘봉을 잡았다. 지도자로 선참과 어린 선수를 한데 묶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한 그는 5년 동안 리그와 FA컵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을 경험했다. 이후 중국 장쑤 쑤닝 사령탑으로도 활동한 최 감독은 2018년 10월 강등 위기에 놓인 서울에 복귀해 팀을 1부 잔류로 이끈 적이 있다. 이런 최 감독만의 지도자 커리어는 이 대표이사의 마음을 훔쳤다.

물론 현재 강원 상황이 녹록지 않을뿐더러 서울 시절과 비교해서 스쿼드 규모 등이 다르다. 최 감독은 이에 대해 “(강원) 선수 능력이 타 팀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과도기에 놓였을 뿐”이라며 “강원을 선택한 건 더 큰 구단, 팬이 감동할 구단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같다. 이 대표와 역할 분담을 통해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축구인 후배 이 대표이사와 강원에서 사령탑·경영자로 재회한 것에 “이 대표는 화려한 커리어를 지니지 않았느냐.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그가 살아온 게 녹아 있는 것이다. 항상 존경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약간 어려워지는 것 같긴 하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운명의 장난처럼 최 감독의 강원 데뷔전은 오는 28일 친정팀 FC서울과 맞대결이다. 당면 과제인 1부 잔류를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 그는 “내 뿌리와 같은 팀이다. 서울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승부의 세계에 놓여 있다.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고 쉽게 물러서고 싶지 않다. 내 커리어를 과신하지도 않겠다. 나부터 절박함을 갖고 접근하겠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최 감독은 기자회견 직후 강릉 클럽하우스로 이동, 선수단 상견례와 더불어 첫 훈련을 시행했다. 그는 “개인의 성공을 위해 팀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며,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 선수들이 주인 의식을 품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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