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IBK기업은행 조송화, 토스 올라가요!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가 9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에서 토스를 올리고 있다. 2021. 11. 9. 화성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훈련 태도가 좋지 않아 꾸짖었더니 바로 찾아와서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하더라고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아마추어 학생팀 지도자는 지도 환경과 분위기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과거에는 선수가 지도자를 무서워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벽하게 역전됐다는 게 이 배구인의 설명이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선수가 스스로를 ‘갑’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구는 신체 특성이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다. 키가 작으면 아예 엘리트 선수로 진입하기 어렵다. 당연히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 당장 신체조건이라는 확실한 커트라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엘리트 선수 육성은 늘 과제로 꼽힌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다른 종목에 비해 배구는 취업률이 높은 편이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취업률을 보면 남자부가 60.9%, 여자부가 44.1%에 달했다. 학생 선수 중 절반 이상, 혹은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프로 선수가 된다. 남녀부 모두 7개 구단이 되면서 프로 무대 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 유소년, 대학팀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 한 명이 그만두겠다고 하면 지도자는 바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 K리그와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크다. 2020년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고등학생 선수는 5858명이다. 1부리그인 K리그1 등록선수는 424명에 불과하다. 한 연령대의 1부리그 입성 확률은 1% 내외로 본다. K리그엔 신인 드래프트가 없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더 높다. 애초에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선수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눈에 띄기 어려운 구조다. 학교팀이든 클럽팀이든 대체자는 늘 있기 때문에 태업이라는 행위를 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과거와 달리 지도자가 강한 방식으로 선수들을 가르칠 수도 없다.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가 태업, 나아가 이탈을 한 것도 이러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조송화는 V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중고참이다. 스스로 자신을 대체할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만한 연령대다. 선수 한 명이 감독, 나아가 구단 전체를 쥐고 흔드는 비상식적인 일어나는 것도 선수 스스로 인식하는 위상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설득력이 따른다. IBK기업은행의 대처에도 문제가 있지만 왜 이렇게 됐는지를 생각하면 마냥 구단 탓을 하기도 애매하다.

비단 IBK기업은행, 조송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여자부 구단은 물론이고 남자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겉으로 알려지지는 않지만 많은 감독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결국 배구는 선수들이 한다. 선수가 수틀려 태업을 하거나 팀 분위기를 망쳤다가는 성적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독은 스스로 ‘을’이 되어 비위를 맞춰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렇다고 이러한 분위기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이미 V리그는 거품이 심한 무대가 됐다. 선수들은 리그 수준과 실정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시청률만 따지면 V리그는 인기 있는 스포츠지만 관중수, 구단 자체 수익 등을 따지면 사실상 프로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다. 모기업이 홍보비 명목으로 지출하는 예산으로 운영되는 환경에서 일부 선수들은 자신들이 받는 돈의 가치를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연봉 상승에 따른 책임감보다 개인의 자존심만 커져가는 선수들이 있다는 의미다. 이제 와서 머리가 큰 선수들을 교육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이대로면 한국 배구는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배구인들의 중론이다. 한 배구인은 “공멸의 길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냉정하게 한국 배구는 V리그에 팀이 14개나 있을 만한 환경이 아니다. 피라미드의 아래는 점점 빈약해지고 꼭지점은 유지되는 기형적 구조다. 인프라는 정체되는데 선수들의 몸값은 올라간다.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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