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연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누군가는 실패로 정의하는 순간들이 나에겐 청춘이다.’

배우이자 EXID 멤버인 안희연(하니)이 자신의 지난 아이돌로서의 시간을 ‘청춘’이라고 정의 내렸다.

최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IDOL [아이돌 : The Coup](이하 아이돌)’ 속 걸그룹 코튼캔디를 통해 오랜만에 다시 걸그룹 추억을 소환한 안희연은 “오랜만에 팀에 속해 있다가 다시 혼자가 되니 시원섭섭하다. 이미 한 번 경험한 일인데도 헛헛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 ‘아이돌’은 이른바 ‘망돌(망한 아이돌)’이라 불리는 코튼캔디가 음악방송을 1위를 하면 미련없이 해체를 하겠다고 선언한 후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안희연은 극중 생존을 위해 버둥거리는 걸그룹 코튼 캔디의 리더 김제나를 연기했다. 실제 걸그룹 EXID의 멤버 하니로 긴 무명생활 끝에 ‘위아래’란 곡을 통해 역주행을 경험했단 점에서 안희연과 김제나는 많은 부분에서 맞닿아 있었다.

안희연은 “해봤던 걸 연기해서 쉽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한 연기 중 제일 어려웠다”고 운을 뗐다. 이미 무명생활이란 아픔과 상처를 겪었고, 굳은살이 박혀 오히려 그 감정에 다시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그는 “첫날 첫 번째 감정신을 실패했다. 마음이 아프지 않더라”라며 “산타가 가짜란 걸 이미 알아버렸는데 산타를 믿고 소원을 빌어야하는 상황과 비슷했다. 아이돌로서의 환상과 성공이 산타 같았다”고 비유했다.

힘들게 이겨낸 시간인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건 그때의 상처를 경험한 안희연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안희연은 “제나와 똑같이 아프려면, 21~22살의 나로 돌아갔어야 했다. 마음을 먹는 게 힘들었다”며 “하니로 활동하던 지난 모든 영상들을 다 찾아보고 당시 일기장과 팬레터도 보며 뭐가 힘들었고, 어떤 과제를 갖고 있었는지 복귀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코튼캔디에는 제나 외에도 엘(우주소녀 엑시 분), 현지(라붐 솔빈), 스텔라(한소은), 채아(레드스퀘어 그린) 등이 속해 있다. 실제 팀처럼 함께했고, 무대만 7개를 했다는 안희연은 “EXID 때 못해본 깜찍하고 귀여운 노래를 불러봤다”며 “제가 춤을 못 추는 사람이란 것도 처음 알았다. 안무를 배우러 갔는데, 팀에서 유일하게 아이돌 출신이 아닌 한소은과 수준이 비슷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안희연

드라마에서 코튼캔디는 결국 1위를 못 하고 해체를 맞는다. 그러나 드라마는 실패가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이라 말한다. 안희연 역시 이러한 메시지가 와닿았고,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안희연은 “아이돌그룹의 해체는 타인의 시선에선 ‘끝’이지만, 사실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17살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저도 당시엔 EXID가 끝나면 저도 끝일거라 생각했고, 지금 많은 아이돌 친구들도 그럴 거다. 하지만 아니다”라며 “내가 ‘아이돌’을 통해 받은 위로를 현직 아이돌분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옛날로 돌아가 내 상처를 헤집어놓는 아픔도 이 메시지를 위해서라면 가치있게 쓰이겠다고 생각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돌’을 촬영하면서 EXID 멤버들의 생각도 많이 났다는 안희연은 “리더 역할을 해보니 리더였던 솔지 언니가 참 힘들었겠다 공감했다. 멤버들이 모두 생각이 많이 났다”며 “특히 정화가 도움을 많이 줬다. 대본도 같이 봐주고, 옛날 기억을 같이 떠올려줬다. 특히 ‘언니는 그냥 제나인데?’라는 말이 많이 용기를 줬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데뷔 10주년이 되는 2022년에는 멤버들과 함께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복귀에 대한 얘기는 서로 많이 한다. 아무래도 여건이 쉽진 않다. 내년이 10주년이라 멤버들이랑 뭔가를 같이 꼭 하고 싶다.”

끝으로 안희연은 “열심히, 꾸준히 연기를 하는구나 지켜봐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여전히 ‘하니가 연기도 해?’라는 반응이 많다. 잘 알고 있다”며 “올해 얻은 수확은 내가 좋아하고 뭘 더 잘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는 점이다. 겁도 많고 준비도 안됐었는데, 내년에는 연기적으로 더 자유롭게, ‘활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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