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아웃되는 볼 지켜보는 이민성 감독
대전 이민성 감독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2021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아웃되는 볼을 지켜보고 있다. 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강원FC 구단이 볼보이의 시간 지연 행위를 사실상 묵인한 점을 고려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1일 제22차 상벌위원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강원FC 볼보이 사태와 관련해 구단에 제재금 3000만 원을 부과했다. 프로연맹 상벌위는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과 대전하나시티즌와 2021시즌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경기에서 발생한 홈 팀 강원 볼보이의 경기 지연 사태와 관련해 비교적 큰 액수 벌금 징계를 매겼다.

강원은 대전과 원정 1차전에서 0-1로 졌지만 안방인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홈 2차전에서 4-1 대승했다. 1, 2차전 합계 점수 4-2 대역전극을 펼치며 1부 생존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볼보이는 강원이 합계 점수 3-2로 뒤집은 후반 중반 대전 공격 상황에서 공을 일부러 늦게 전달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던지는 등 경기를 지연했다. 이민성 감독을 비롯해 대전 선수단은 강하게 항의했고, 최윤겸 경기감독관도 주의를 줬다. 그러나 볼보이의 태도는 고쳐지지 않았고, 강원 구단에서 뒤늦게 볼보이를 교체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게다가 경기 직후 1부 잔류에 성공한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는 “(볼보이 시간 지연은) 홈 앤드 어웨이 경기하는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리그의 존립 기반 및 상대 팀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또 볼보이는 강원 구단 유스팀인 강릉제일고 소속 선수다. 이 대표이사의 발언은 유스 선수에게 페어플레이에 관한 그릇된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커다란 비판을 받았다. 경기 직후 성난 대전 다수 팬 등은 강릉제일고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물론 당시 볼보이로 나섰던 A군 모두 난처한 처지에 몰렸다. 결국 이 대표이사는 볼보이 논란 이틀이 지난 뒤 사과문을 남기기도 했다.

[포토] 강원 이영표 대표, 한국영과 포옹
강원 이영표 대표가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후 한국영과 포옹을 하고 있다.

대전 구단은 이날 상벌위를 앞두고 ‘홈 구단 볼보이의 이러한 행위는 누군가의 지시 없이 이렇게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자행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장문을 냈다. 이종권 프로연맹 홍보팀장은 상벌위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강원 구단이 명시적으로 볼보이에게 (시간 지연 등을) 지시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감독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원 구단이) 취하지 않고 볼보이의 행위를 묵인한 점은 영상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강원에 3000만 원 제재금을 매긴 것에 대해서는 “이전까지 볼보이의 시간 지연과 관련한 징계 사례는 없다. 다만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컸던 만큼 경기 시간 지연에 관한 크고 작은 징계 사례를 종합해서 부과했다”고 말했다.

강원과 비슷한 제재금을 받은 사례는 지난 2019년 안산 그리너스다. 안산은 그해 3월8일 대전과 홈경기에서 경기 종료 후 사장, 단장을 비롯한 다수 관중이 심판을 밀치고 욕설과 난폭한 행위를 한 것과 관련해 경기장 안전 및 질서 유지 미흡으로 상벌위로부터 2500만 원 제재금을 받은 적이 있다. 이종권 팀장은 “이번 상벌위에서는 징계 외에도 K리그 전체적으로 유스가 볼보이로 많이 활동하는 만큼 여러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승강PO 2차전에서 대전 팬이 강원 볼보이를 향해 수 개의 페트병을 투척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대전 구단에 제재금 200만 원이 부과됐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