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 에이스 안세영. 지난해 10월30일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4강전 때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와 만나 힘들어 할 때 모습이다. 파리|EPA 연합뉴스

[스포츠서울|김경무전문기자]

“기계처럼 숙소→체육관→숙소→체육관을 오갔어요. 너무 힘들다는 생각 밖에 없었죠. 그때 제 나이 20살, 놀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석달 남짓,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주관 국제대회 출전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안세영(20·삼성생명). 3개 국제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하고 지난해말 금의환향한 그는 새해 벽두 스포츠서울과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돌아봤다.

그는 지난해 12월5일 2021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여자단식 결승에서 인도의 강호 푸살라 신두를 제압하고 시즌 왕중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앞서 11월 하순에는 인도네시아 마스터스(BWF 750 시리즈)와 인도네시아오픈(BWF 1000 시리즈)에서 연이어 우승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이어 12월17일 2021 BWF 월드챔피언십(세계선수권) 여자단식 8강전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한테 져 4개 대회 연속 우승은 아쉽게 놓쳤다.

포효하는 안세영
승리 뒤 포효하는 안세영. 지난해 11월27일 인도네시아오픈 여자단식 4강전에서 태국의 포른파위 초추웡을 눌렀을 때 모습. 발리|EPA 연합뉴스

“마지막 대회를 잘했어야 하는데, 정신적으로 힘들고 몸이 뜻대로 말을 안 듣더라고요.”

세계선수권대회 개인 첫 금메달을 놓쳤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말이었다. 그는 “코로나 19 때문에 이제 대회를 치르는 시스템이 바뀌었다. 대회 때 경기장과 숙소 외에는 나갈 수 없으니 지루하고, 방에 갇혀 있어 힘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초 수디르만컵(세계혼합단체전)을 시작으로 우버컵(세계여자단체전), 덴마크오픈과 프랑스오픈을 포함해 3개월 동안 무려 8개 대회를 치르는 강행군이었다.

“코트에 들어서는 게 나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즐기려 했습니다.”

안세영은 8개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즐기는 법을 터득한 게 큰 소득이라고 했다. “실수했다고 인상 쓴다고 점수로 돌아오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웃어 넘깁니다. 한번 실수에 한이 맺히는 것보다 그게 낫죠.”

지난 2018년 광주체중 3년 때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풀리그 전승을 거두고 당당히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의 그가 더는 아니었다. 이제는 성숙해졌고, 배드민턴 승부의 깊이도 깨닫게 된 것 같았다. 현재 여자단식 세계랭킹 3위. 가파른 상승세를 감안할 때 ‘셔틀콕 퀸’으로 등극할 날도 머지 않았다.

안세영의 라이벌은 세계 1위 타이쯔잉(28·대만)을 비롯해, 2위 야마구치 아카네(25), 3위 천위페이(24·중국) 등이다. 아카네와는 지난해 후반 고비 때마다 5차례나 맞붙어 2승3패를 기록했다. 천위페이와는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 8강전에서 격돌해 아쉽게 졌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9.10~9.25) 때도 물리쳐야 할 난적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챔피언 아카네에 대해 “키가 크지 않은데, 잘 뛰고 체력도 좋다”며 “부담스럽다”고 했다. 공격적 플레이로 도쿄올림픽과 수디르만컵 때 연이어 자신에게 패배을 안겨준 천위페이에 대해선 “그를 상대로 늘 부족했던 게 공격이었다. 열심히 보강하는 중”이라고 했다.

올해 목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목표를 크게 정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욕심이 나서 플레이가 안될 때가 많습니다. 만만한 상대는 하나도 없어요. 차근차근 즐기면서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다보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게 안세영의 생각이다.

전남 광주 출신인 안세영은 빛고을 출신답게 “빛난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지난해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성지현에 대해 “후위공격을 잘해 좋아한다”는 그가 올해 어떤 새 역사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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