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결혼 34년차 코미디언 부부 최양락, 팽현숙이 '금쪽상담소'를 찾아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처음으로 흉금을 털어놓는 시간을 보냈다.


18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찾은 팽현숙은 "남편 최양락이 맨날 삐진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팽현숙은 "예전에 같이 찍는 CF가 들어왔는데, 미리 돈을 받아 다 썼는데 정작 당일에 최양락씨가 자기 성격에 안 맞는다면서 안 찍고 가겠다는 거다. 벌써 돈 썼는데 어떻게 할거냐고 했더니 대출 받아서 갚으라더라. 그런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말없이 이를 듣던 오은영 박사는 "최양락씨는 찰리 채플린같은 아티스트시다. 예술가로서 어떤 기준이 맞지 않으면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낯을 가리는, 내적 긴장이 높은 사람이다. 긴장하면 그걸 직면하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피하거나 안 하는 거다. 개그맨 최양락으로서의 일은 그게 뭐든 예술행위니까 괜찮은데 다른 일은 불편해 지는 거다"라고 분석했다.


속마음을 읽어주는 듯한 오 박사의 말에 최양락은 공감했고, 그런 부대낌 때문에 벌어졌던 과거 일화들이 터져나왔다.


팽현숙은 "한때는 최양락씨가 머릴 박박 깎고 절에 들어갔다. 갔더니 아궁이에 불만 떼는 걸 시켰다더라. 스님이 최양락씨 보고 아무나 스님 되는줄 아냐고 왜 머리를 깎고 왔냐고 혼냈다더라"고 말했다.


개그코드가 안 맞아도 인기가 떨어져도 상처가 됐다. 젊은 날 최양락의 아집과 고집은 가족을 해외로 이끌기도 했다.


팽현숙은 "이제 사람들이 내 개그를 안 좋아한다면서 외국을 가자고 해서 호주도 갔었다. 결국 안 맞아서 한국 왔다가 또 태평양 피지를 가자는 거다. 그래서 피지로 이민을 갔다. 결국 피지, 하와이, 호주, 캐나다를 가고 감정적으로 업다운이 심하다"라고 말했다.




쉽게 삐지고 말문을 닫는 남편 눈치를 보며 살다보니 팽현숙은 사과하는 게 몸에 배 사람 좋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반면 최양락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고.


오 박사는 "두분이 대화할 때 굉장히 독특한 특징이 있다. 뼈 때리는 말씀을 드리자면 팽현숙 씨가 이 방식이 아니면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 마치 펜싱처럼 '히트 앤 런' 그것만이 대화가 되는 거다. 진지하게 얘기하면 최양락씨가 긴장하고 불편하면 입을 닫으니까, 그렇다고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으니 이런 공개석상에서 탁 쳤다가 탁 빠졌다가 이런 걸 하시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정형돈은 "형님과 대화가 이렇게 방송에서 가능하다는게 너무 형수님 어떻게 "라며 안쓰러워했다. 최양락이 고집스런 자신의 세계에 갇히는 동안 팽현숙이 부지런히 자맥질하며 최양락을 물 위로 끌어올려 왔던 것.


서로에게 하고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팽현숙은 "우리 이제 서로 수고했어, 고마워, 사랑해 그런 말 하며 삽시다. 돈 드는 거 아니잖아. 우리 서로 의지하면서 행복하게 살자"라고 말했다.


골똘한 표정의 최양락은 "나에게 팽현숙은 이제는 없으면 참 곤란할 것같다. 내가 마비가 되는 거다. 아무 것도 모른다. 저렇게 잔소리를 해대는 여자가 없어지면 어떡하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생애는 피차 간에 판단 미스로 이렇게 만났지만, 다음 생애는 하나 엄마를 공주처럼 받들 좋은 남자 만나 잘 살아. 너무 미안해"라며 솔직한 속내를 말했다.


최양락은 "내가 몸이 조금만 안 좋아도 약을 챙기고, 이 사람은 늘 첫번째가 최양락이었다. 아까 오박사님이 예술가다 이렇게 좋게 말씀해 주셨지만, 사실 나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산 거지. 그 부족한 걸 당신이 다 메꾼 거 아니야. 순댓국집 주방에 들어가서. 하나 엄마 마음 고생 많았구나 그런 생각이 드네"라고 말해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평생 강해 보였던 남편이 털어놓는 진심에 팽현숙은 오열했고, 한층 후련해보이는 표정으로 서로 마주봐 감동을 안겼다.


한편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는 매주 금요일 오후 9시30분 채널A를 통해 방송된다.



gag11@sportsseoul.com


사진출처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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