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 (5)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결승선이 어딘지 조차 모르는 이 일에서, 중간에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내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어요.”

연기는 마라톤과도 같다. 때론 누군가를 역전할 때도 혹은 나를 추월하는 이들을 마주할 때도 있고, 초반에 너무 힘을 뺐다간 쉽게 지쳐 쓰러질 수도 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페이스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16년간 자신이 뛰고 걸어온 길을 돌아본 배우 김범(32)은 “허망하게 혼자 멈춰섰던 시간도 있었다. 나를 지나쳐가는 사람들도 보고, 달려왔던 길을 돌아보기도 했다. 훌훌 털고 일어나서 다시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계속 기다렸던 거 같다”며 “아직 결승선까진 많이 남았고 출발선으로 되돌아 가기엔 너무 멀리왔다. 결승선이 어딘지 모르고 뛰고 있지만 지쳐 쓰러지지 않게 내 페이스에 맞춰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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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대의 나이에 데뷔해 MBC ‘거침없이 하이킥’, KBS2 ‘꽃보다 남자’, JTBC ‘빠담빠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을 통해 20대의 배우 김범을 남겼다. 군 전역 후 30대가 된 김범의 연기 스펙트럼은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 tvN ‘구미호뎐’, JTBC ‘로스쿨’, tvN ‘고스트 닥터’까지 다양한 얼굴의 김범을 만나고 있다.

전작 ‘로스쿨’에서 사법고시 합격한 로스쿨생을 연기한 김범은 ‘고스트 닥터’에선 흉부외과 레지던트로 변신했다. “두 작품 모두 너무 어려웠다”고 웃으며 “법률용어들은 한자 위주였다면 의학드라마는 영어가 많았다. 어려웠지만 대사를 이해하고 표현해나가는 과정에서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가 연기한 ‘고승탁’에 대해 “반짝반짝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드라마 출연 이유 역시 고승탁 그 자체였다고 강조한 김범은 “승탁이란 캐릭터를 처음 마주했을 때 만화 같은 인물이었다. 이런 캐릭터가 현실에 있을까 하는 부러움도 있고, 재밌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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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는 첫 도전이었다. 김범은 “의료진을 조금이나마 흉내내기 위해서 대본에 없는 의학적인 부분도 공부하려 했다”며 “수술신들 같은 경우에는 의학용어 자체가 아닌 실제 몸을 사용해서 표현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첫 촬영 들어가기 한두 달 전부터 대학병원에서 자문을 구하고 실습도 했다”고 노력을 전했다.

앞서 차영민 역의 정지훈은 김범과 “연인처럼 붙어있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김범은 “연인보다 더 많이 붙어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첫신부터 마지막신까지 98% 이상을 형이랑 촬영했다. 코미디를 워낙 잘하셔서 연기하면서도 많이 배웠고 함께 만들어간 부분이 많았다. 같이 상의하며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김범 (2)

2020년 소집해제 이후 ‘구미호뎐’ ‘로스쿨 ’고스트 닥터‘까지 쉬지 않고 작품을 해오고 있다. 김범은 “세 캐릭터 모두 색깔과 매력이 다르지만 모두 내겐 큰 힘이 되어준 캐릭터”라고 애정을 드러내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연기하는 시간 동안 힘을 소모했다기보단 에너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에너지가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는 힘이 됐다며 “대단한 변신이나 성과보단 ‘이 친구가 이런 색깔을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반응을 들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킹콩 by 스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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