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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슨대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미국에서 3월은 대학 농구의 달이다. 평소라면 시범경기가 한창인 메이저리그(ML)도, 정규시즌 막바지 경쟁에 돌입한 미국프로농구(NBA)도 대학 농구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한다. 야구 월드컵으로 볼 수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는 해에도 미국 스포츠팬들은 대학 농구에 더 열광한다. 매년 3월 미국 대학 최고 68개 팀이 벌이는 토너먼트, ‘3월의 광란’ 얘기다.

미국에서는 절정의 인기를 자랑하지만 한국에서는 관심 밖이다. 농구 매니아들은 주목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한국인 중 그 누구도 3월의 광란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 데이비슨대 3학년 이현중(22)이 한국인 최초 3월의 광란 경험자가 될 확률이 높다.

문턱이 높은 대회다. 미국 대학 1부리그 358팀 중 68팀만 진출한다. 이현중의 데이비슨대는 애틀랜틱10 디비전에 속했다. 애틀랜틱10 디비전에서는 보통 두 팀이 3월의 광란 초대장을 받는다. 디비전 우승팀과 그 다음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팀이 뽑히곤 한다. 데이비슨대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성적 15승 3패로 1위에 올랐다. 오는 12일부터 디비전 토너먼트가 열리는데 디비전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 3월 광란 직행이다. 만일 우승하지 못해도 선정 위원회의 평가에 따라 3월 광란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즉 이현중과 데이비슨대 입장에서는 다가오는 디비전 토너먼트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데이비슨대는 오는 12일 디비전 토너먼트 8강전에 임한다.

디비전 토너먼트를 통과해 3월의 광란에 초대받으면 그 어느 때보다 NBA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어올 게 확실하다. 지난 3년 동안 이현중은 굵직한 성장세를 보였다. 외곽슛이 좋은 선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볼핸들링, 패스, 리바운드, 그리고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수비도 향상된 모습이다. 신장 200㎝ 3점 슈터에 그치는 게 아닌 여러 부분에서 팀 승리에 도움을 주는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건은 강팀을 상대로도 자신의 농구를 펼치고 중요한 상황에서 강심장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무대는 전미 토너먼트, 3월의 광란이다. 뜨거운 관심을 받는 무대를 지배하면 자연스럽게 ‘강심장’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NBA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치솟는다.

이번 시즌 NBA에서 절정의 활약을 펼치는 멤피스 3년차 올스타 가드 자 모란트가 그랬다. 2019년 머레이 대학 2학년이었던 모란트는 디비전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29점, 디비전 토너먼트 결승에서 36점을 폭발시키며 머레이 대학을 3월의 광란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3월의 광란 1라운드에서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큰 무대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고스란히 펼쳐보였다. 비록 2라운드에서 플로리다 대학에 패했으나 모란트는 중요한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그러면서 모란트는 그해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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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멤피스 자 모란트(가운데)가 미국 메사추세츠 보스턴 TD 가든에서 열린 보스턴과 원정경기에서 덩크슛을 터뜨리고 있다. 보스턴 | USA투데이 연합뉴스

NBA 스카우트들은 선수 수백명을 머릿속에 넣고 7월 신인 드래프트에 대비한다. 대다수 스카우트의 머릿속에는 이현중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NBA 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는 선수는 60명 뿐이다. 이현중이 광란의 코트 위에서 맹활약을 펼친다면 이현중을 향한 평가 또한 치솟을 것이다. 현지 매체들은 이현중의 NBA 드래프트 지명 예상 순위를 2라운드 전체 40순위 내외로 예상하고 있다. 보통 토너먼트가 끝나면 예상 순위는 크게 달라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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