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553일.

수원FC 공격수 이승우(24)는 성인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자원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와 B, 벨기에 주필러리그,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등에서 도약을 노렸지만 자신의 가치와 기량을 검증하지는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 구실을 했지만 프로 리그에서는 뛰어난 활약을 한 적이 없다. 공격수인데 마지막으로 골맛을 본 게 2020년9월의 일이다.

이승우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K리그1 홈 개막전에서 드디어 마수골이 골을 터뜨렸다. 골만 넣은 것은 아니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수원의 공격을 활발하게 이끌었다. 특유의 스피드와 전진하는 플레이는 과거 연령대 대표팀에서 봤던 모습에 근접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활약이었다. 이승우가 K리그에 온다고 했을 때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상 프로 무대에서 자신을 검증한 적이 없는 이승우가 K리그에서 살아남거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실제로 이승우는 K리그 개막 후 5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전을 통해 경기력과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이제는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포토]수원FC 이끄는 김도균 감독
수원FC 김도균 감독이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대구FC와의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2022. 3. 20.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승우의 도약을 돕는 일등공신은 단연 김도균 수원 감독이다. 김 감독은 2020년 수원을 K리그1으로 승격시켰고, 지난해 파이널A 진출시킨 젊고 능력 있는 지도자다. 김 감독의 최대 장점은 유연함, 그리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선수를 기용한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기보다는 선수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지난해만 봐도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술을 변경한 후 성격이 급상승했다. 여기에 전 소속팀에서 자리를 잃었거나 기량이 하락한 선수들을 모아 공포의 외인구단을 완성시키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승우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르지 않다. 과거 이승우는 개성이 강해 지도자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럽에서 정착하지 못할 때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력 싸움에 희생됐다’라는 불확실하고 핑계를 대는 듯한 배경이 알려졌지만 가는 팀마다 그런 것을 보면 이승우 개인에게도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편견 없이 이승우를 대했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상태를 진단하면서도 훈련 시에는 함께 출퇴근을 하고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훈련, 경기 모습을 보고 충분한 기회도 제공했다. 덕분에 이승우는 K리그와 수원에 빠르게 적응해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김 감독도 이승우처럼 청소년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축구인이다. 하지만 프로 선수로서는 부상 등의 이유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아픔도 있다. 이를 잘아는 김 감독은 이승우가 프로축구선수로서 확실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마침내 이승우는 골로 보답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으로 꾸준하게 활약해야 이승우가 확실하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이승우가 다시 꽃을 피울 환경 속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포용력 있는 지도자, 김 감독이 있는 한 이승우는 어느 때보다 마음 편히 축구를 할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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