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수 감독
강문수 감독. 대한탁구협회 제공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42년 남짓, 한국 탁구의 ‘승부사’로 올림픽·아시안게임 등에서 선수들의 숱한 금메달을 일궈냈던 ‘명장’ 강문수(70·대한항공) 감독. 그가 아쉽게 퇴장한다.

지도자 최고 영예인 대한민국 체육훈장 백마장(1986년)→맹호장(1988년)→청룡장(2005년)을 연이어 받았을 정도로,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였기에 탁구인들도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강문수 감독은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제 대한항공 스포츠단 단장을 만나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31일 이후에는 팀을 떠난다”고 털어놨다. 국가대표팀에서만 무려 20여년 코치, 감독, 총감독, 청소년 훈련단장을 등을 역임했던 그다.

강 감독은 국가대표팀 남자팀 코치로, 지난 1986 서울아시안게임 때 유남규의 남자단식 금메달, 남자단체전 금메달(유남규·안재형·김완 등), 1988 서울올림픽 때 유남규와 김기택의 남자단식 금·은메달 등 획득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현 대한탁구협회 회장)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지도했다. 앞서 2003년 파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은메달리스트인 주세혁(현 남자국가대표팀 감독)도 대표팀에서 감독으로서 그가 조련해냈다.

강문수 감독
지난 2019년 5월부터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감독을 맡아 ‘신동’ 신유빈 등을 지도해온 강문수(왼쪽) 감독. 옆은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인 김경아 코치. 대한탁구협회 제공

강 감독은 대표팀에서 완전 손을 뗀 뒤인 지난 2019년 5월 대한항공 여자탁구단을 맡아 ‘미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불광불급:不狂不及)를 선수들에게 특히 강조하며 지도해왔다. 고교에 진학하지 않고 입단한 ‘신동’ 신유빈을 14개월 만에 국가대표로 키워내는 등 지도자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고희를 넘긴 고령의 나이에도 코치들의 주임무인 볼박스 훈련을 직접 수행하며 신유빈으로부터 “지옥에 가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훈련 때는 냉정하고 철저한 승부사였다. 평소 ‘마부작침’(磨斧作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정신으로 선수들을 지도해왔다. 대한항공 팀을 맡고서는 항공사 팀에 걸맞게 ‘비행기’(비전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면 기적이 일어난다)를 강조하며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훈장과 영광을 함께한 강 감독이었지만, 지난해 2년차인 A선수 문제로 결국 지도자로서의 인생을 접게 됐다. 강 감독은 “A선수가 입단 이후, 숙소 무단이탈, 잦은 훈련불참 등으로 팀내 분란을 일으키더니, 끝내 코치와 주장·선수들이 자신을 따돌림시키고 폭행까지 했다면서 스포츠인권위원회에 고발했다”면서 “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몇몇 선수들이 중징계를 받았다. 감독으로서 모든 걸 책임지고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A선수가 지난해 2월5일에는 새벽 선수단 숙소를 무단 이탈한 뒤 오전 훈련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선수들이 숙소로 깨우러 가기도 했다. 이런 일은 과거 4~5차례 있었는데 여러차례 용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A선수 부친이 ‘딸이 잘못했다, 용서해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왔다”며 “그런데도 A선수가 왕따를 당했다고 신고했다”고 아쉬워했다.

강 감독은 “어쨌든 지도자 책임이다. 내가 물러나고 탁구단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A선수 문제로 대한항공 코칭스태프와 일부 선수들은 연고지인 제주도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에 불복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제소했으나 지난 16일 스포츠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포츠공정위가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A선수의 불성실한 태도가 발생한 이후 코치와 주장, 선배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부적절하게 A선수를 다뤘던 때문으로 보인다.

강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지도자로서 금메달 4개,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등을 따는 등 한국 탁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물러나려니 아쉽다”면서도 “A선수 사태가 터진 만큼 지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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