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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서건창이 타격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LG 서건창(33)은 연구하는 선수다. 크지 않은 체구(176㎝ 84㎏)라 자신의 몸에 맞는 스윙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2014년 201개)라는 성과도 노력의 산물이다. 팬들이 그를 ‘서 교수’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정찬헌과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서건창은 지난 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결승타와 쐐기득점 등 1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수년 만에 고향에서 시즌 개막을 맞은 서건창은 “10년 만(2013년 이후)에 고향에서 개막전을 치렀는데 시간이 지나면 (고향에서 개막한다는) 감흥이 사라질 줄 알았다. 10년 전만큼은 아니지만 감회가 새롭기는 하다”고 말했다. 2008년 육성선수로 입었던 LG 유니폼을 입고 14년 만에 고향팬 앞에서 개막전의 주인공이 됐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9회 타석에 선 서건창
LG 서건창이 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서건창의 활약으로 LG는 ‘우승후보’라는 개막전 수식어를 증명했다. 투타 조화가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뽐냈는데 그 중심에 서건창의 한 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3회초 첫 타석에서 양현종의 142㎞짜리 속구에 배트가 밀려 좌익수 플라이로 돌아선 서건창은 5회초 무사 만루 기회에서는 몸쪽 속구를 반박자 빠른 스윙으로 우익선상 3타점 3루타로 연결했다. 그는 “전광판에 찍히는 숫자보다 볼 끝에 힘이 있어 타이밍을 빠르게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타석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첫 타석 실패 원인을 자가 진단해 해법을 찾았고, 다음 타석에서 실행에 옮긴 셈이다.

그러고 보니 서건창의 타격폼은 다른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90년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일본 야구만화 ‘4번타자 왕종훈(원작명 4P 다나카군)’에는 ‘콤팩트 타법’이라는 게 나온다. 야구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제 스윙을 못하는 동료를 위해 주인공 왕종훈이 고안한 타법이다. 양 무릎을 모은 듯한 기마자세에 배트 헤드를 포수쪽으로 눞인 대신 그립을 파워포지션에 둔채 타격을 시작하는 자세다. 스윙할 때 불필요한 동작을 모두 없애고 “배꼽 앞에서 공을 친다”는 생각으로 레벨스윙을 하면 힘이 약한 타자여도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다(알루미늄 배트 영향)는 게 왕종훈의 이론이다.

서건창
히어로즈 시절 서건창의 타격 준비 자세. (스포츠서울 DB)

200안타를 뽑아낼 때 서건창은 ‘콤팩트 타법’과 매우 흡사한 타격 자세로 눈길을 끌었다. 그립 위치를 가슴 아래에 두고 스윙을 시작할 때 반동을 이용해 회전력과 원심력을 높이는 것만 다른 정도였다.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타격자세라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졌지만, 이후 부상과 재활, 성적부진 등 굴곡을 겪으며 독특한 준비자세가 사라졌다. 서건창은 “(실패 속에 자신을 돌아보니)너무 결과를 따라다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겨울에도 깊이 고민했는데,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얻었다. 무너진 기본을 세우는데 집중했고, 결과보다는 과정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니크 함’은 사라진 듯하지만 콤팩트하면서도 날카로운 스윙은 되찾은 인상이다.

LG, KIA에 9-0 완승
LG 선수들이 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정규시즌 개막전을 대승으로 장식한 뒤 자축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자신과 팀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시즌. 서건창은 “LG는 매년 우승후보라는 얘기를 듣는다. 선수들도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싸우다가 실패를 했다. 매년 우승후보 소리를 듣고도 실패한 원인을 따져보니 ‘소문에 휘둘렸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려니 하고, 우리 야구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높은 기대감 탓에 가중되는 부담에 익숙해지는 것, 서건창과 LG가 28년 묵은 한을 풀어내는 열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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