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우.
울산 설영우(왼쪽).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어느덧 K리그 대표 ‘멀티 플레이어’, ‘팔방미인’ 수식어가 따른다.

울산 현대가 자랑하는 멀티 요원 설영우(24)는 갈수록 ‘믿을 맨’이 되고 있다. 울산 유스팀인 현대중~현대고를 졸업하고 울산대를 거친 설영우는 지난 2020년 울산 1군에서 측면 수비 보직을 맡으며 데뷔했다.

본래 설영우는 고교 시절까지 윙어를 주포지션으로 뒀다. 그러다가 울산대 시절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인 고 유상철 감독의 권유로 측면 수비로 보직을 변경했다. 유 감독은 설영우가 공간, 전술 이해도가 뛰어나고 힘과 체력을 영리하게 활용해 공수에서 모두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눈여겨봤다. 가뜩이나 한국 축구는 수준급 측면 수비수가 줄어들어 고심하고 있었는데 설영우의 등장은 여러 지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에도 승선해 생애 첫 성인 메이저 대회를 경험한 설영우는 시야도 넓어지고 노련미도 장착했다. 또 지난해부터 울산 지휘봉을 잡은 명수비수 출신 홍명보 감독 지도 아래 주전 요원으로 뛰며 경험치를 늘려 갔다. 올 시즌 직전에도 터키 이적설이 나돌았으나 홍 감독과 한 시즌 더 소화하기로 했다.

설영우는 홍 감독 체제에서 멀티 자원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그는 좌,우 측면 수비 뿐 아니라 때론 수비형 미드필더 구실도 했다. 그리고 지난 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1 7라운드(1-1 무)에서는 센터백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아무리 멀티 능력을 지닌 선수여도 최후방 수비를 책임지면서 경기 리더 구실을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날 설영우는 김도혁, 무고사 등 상대 간판급 공격수를 상대로 침착하게 방어하고 개인 전술로 공을 제어했다.

설영우는 인천전에서 팀 내 가장 많은 106회 패스를 시도해 패스 성공률 86.8%(92회 성공)를 보였다. 또 두 차례 탈압박에 성공했고, 공격 지역으로 올라와 슛도 2회 기록했다. 홍 감독은 “설영우는 어느 포지션이든 제 몫을 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지난해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설영우는 그해 6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유 감독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성장의 은인으로 꼽았다. 공교롭게도 유 감독은 현역 시절 울산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한국 축구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특출한 재능을 지녔던 유 감독 눈에 든 설영우도 스승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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