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가평 계곡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31)가 남편 윤 모씨(사망당시 39세)를 결혼 2년3개월만에 죽음에 내몰기까지의 충격적인 가스라이팅 전말이 공개돼 놀라움을 안겼다.


이은해는 결혼 전 윤씨가 마련한 신혼집에서 친구들과 지내며 연봉이 6500만원이었던 대기업 연구원 윤씨의 월급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즐겼다. 월세방에서 따로 지내던 윤씨가 빚에 허덕이게 되자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죽이는, 타인을 자신의 필요에 의한 수단으로 보는 무시무시한 소시오패스 면모를 보였다.


21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이은해 사건을 다룬 '잔혹한 그녀의 계획' 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 윤씨의 유족은 이은해와의 결혼이 처음부터 이상했고, 결혼 후 신혼집 한번 가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씨의 매형은 "사고나기 3년 전에 OO이 좋은 사람 생겨서 결혼하겠다고 처가에 이야기했다. 나이차가 많이 나서 여자 쪽 집안에서 반대가 심하다고 해서 어른들이 좀 언짢아했다"라고 말했다.


11세 연하의 이은해에게 푹 빠졌던 윤씨는 2016년9월 신혼집을 계약했는데, 놀랍게도 이은해는 4개월전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였다. 당시 이은해와 결혼한 남자의 전처 A씨는 제작진을 만나 "이은해 사진을 보는데 뭔가 스치더라. 전남편의 전처구나 하고"라면서 결혼사진을 내밀었고, 사진 속에서 이은해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미소짓고 있었다.



A씨는 "전 남편이 어릴 때 이은해를 만났는데, 어느날 이은해가 나타나서는 애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 애다 그랬다더라. 그래서 자기 아이라고 생각해서 결혼식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식 끝나고 어떤 남자가 '내가 이은해랑 같이 살고있는 사람이다'라고 전화를 했다더라. 이은해가 도망을 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은해는 마치 숙주를 찾듯이 이 남자 저 남자와 결혼을 하면서 필요한 만큼 돈을 뽑아내는 방식을 반복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만난 조현수(30)와 내연관계를 맺었고, 둘은 목적에 맞는 타깃을 물색하고 결혼을 '공사'하는 사업파트너가 됐다.


이은해에게 정신적으로 철저히 지배당하고, 경제권을 모두 넘겨준 윤씨는 점점 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이은해에게만 의존하는 심각한 가스라이팅으로 내몰렸다. 제작진이 공개한 윤씨의 통화 녹취록에서 윤씨는 누나가 신혼집에 오겠다고 하자 거의 울 것같은 목소리로 "다음에 와 제발. 사정이 좀 있어서 그래. 제발 좀 살려줘"라고 애원한다.


이어 바로 이은해에게 전화해 사정을 설명했고, 이를 들은 이은해는 "그래서? 집에 오고싶어서 뭐? 오늘 온대? X나 짜증나게. 내가 통화한다"라며 화를 냈다. 이은해가 화를 내자 윤씨는 어쩔 줄 몰라했다.


당시 이은해는 윤씨의 시댁에서 1억원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인천의 신혼집에서, 윤씨는 수원의 반지하 방에서 살고 있었다. 부부라고 부를 수도 없는 생활을 한 윤씨는 끝없이 이은해에게 착취당하면서도 헤어나오지 못했고, 차마 부끄러워 주변에 자신의 처지를 알리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은해의 씀씀이를 충당하느라 빚더미에 앉은 윤씨는 이은해와 통화에서 "우리 그냥 헤어질까. 어제 나 때린 거나 그런 거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야. 빚이 너무 많아. 빚이 너무 많아. 회사 빚도 넘치고"라며 흐느꼈다.


얼마 뒤 윤씨는 자신의 나이와 키 등이 담긴 글과 함께 "귀신헨리곱터 팔아요"라는 글을 특정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한 용어는 장기매매를 뜻하는 은어였다. 이은해의 덫에 빠져 신장까지 팔려고 했던 윤씨는 결국 이은해 일당의 여행에 끌려갔다 익사체로 생을 마감했다.


이은해의 보험사기를 의심했던 보험사 측은 "월 보험료가 70만원이었는데, 두달 이상 보험료를 못내면 석달째 실효된다. 이상하게 보험계약 효력이 상실되기 직전에 돈이 들어오고 그런 일이 반복됐다"라고 말했다.


보험금이 연체되면 이은해와 조현수는 살인을 시도했고, 미수에 그치면 다시 보험금을 내는 식이었다. 윤씨가 사망한 시점도 보험금 미납으로 효력이 만료되기 몇 시간 전이었다.


한 심리학자는 "이은해는 젊은 여성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독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먹이 기다리듯이 굴었고 그게 결혼이었다. 실패하면 다른 곳에서 또 거미줄을 치고. 결혼을 하나의 사업도구로 보고, 윤씨를 점점 더 의존적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같다"라고 분석했다.


윤씨와 윤씨 가족에게서 총 7억원의 자금을 뜯어낸 이은해는 2019년6월 친구들과 가평계곡으로 여행가며 윤씨를 불러냈고, 수심 6m의 깊은 웅덩이가 있는 계곡에서 캄캄한 밤 다이빙 대결을 시켰다.


공범 조현수 등이 먼저 뛰어들고 수영을 못하는 윤씨가 망설이자 이은해는 "오빠가 안 뛰면 내가 뛴다"라고 말했고, 이은해를 위해 물에 뛰어든 윤씨는 물 속에서 익사했다.


한편 검찰수사가 좁혀오자 4개월여간 도피행각을 벌인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 19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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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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