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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MBC 금토드라마 ‘내일’(박란 김자경 김유진 극본· 김태윤 성치욱 연출)이 저조한 기록 속에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핵심 인물은 주마등 위기관리팀 구련(김희선 분), 최준웅(로운 분), 임륭구(지온 분)다. 이들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자살하려는 사람을 살리는 저승사자다.

작품은 에피소드 형식을 취한다. 구련, 최준웅, 임륭구는 매회 이야기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지만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세 사람이 구해야만 하는 예비 자살자다.

자살 예정자가 죽음을 결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학교폭력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해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에서 낙방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속절없이 잃기만 해서, 젊을 적 나라를 위해 참전했지만 삶을 반추해보니 초라해서. 언젠가 걷고 있는 터널이 끝나리란 희망으로 버텼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에 절망한 사람들이다.

드라마는 철저하게 범인(凡人)의 사연에 집중한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온정적이다. 그들이 왜 그런 결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됐는지, 대신 해명한다. 여기에 인간과 사자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반반’ 최준웅의 진한 공감이 더해진다. 이 과정을 거친 이야기는 오롯이 위로할 힘을 갖는다.

간간이 구련과 박중길(이수혁 분)로 추정되는 정인의 과거가 풀리지만 주 서사가 되진 않는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도 드라마가 줄곧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를 비껴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저승 오피스 휴먼 판타지’라는 로그라인에 ‘휴먼’이 포함될 수 있는 까닭이자 판타지지만 현실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을 띠는 이유다.

다만 시청률이 아쉽다. 1회 시청률 7.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가 자체 최고 기록이다. 3회에서 5.4%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이후 지난 23일 방영된 8회까지 3%대에서 고전 중이다. 이러한 추이는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동시간대 선전 중인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내일’은 가치가 있다. 적어도 구련이 말한 “세상에 쫓겨 벼랑 끝까지 등 떠밀린 자들”에게는 그렇다. 매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방송 말미에는 주연 네 명이 참여한 자살 방지 캠페인이 송출된다. 감히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는 진정성이다.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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