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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권리찾기유니온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근로자냐, 개인사업자냐.

K리그 유스 지도자의 정체성을 두고 이해관계가 또다시 충돌하는 분위기다. 최근 14년간 부산 아이파크 유스팀을 지도한 감독 A씨가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받은 이후 근로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받지 못한 것에 노동청에 진정서를 내면서다. K리그 뿐 아니라 각종 프로종목에서 유스 지도자 또는 스태프가 퇴직 후 구단에 퇴직금 지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해 법적 공방을 벌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구단은 이들이 업무 재량권이 주어지는 개인사업자(업무 위탁계약 또는 위임계약 형태)여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도자는 개인사업자 형태여도 사업소득세(3.3%)를 납부하면서 구단에 종속돼 근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사업소득세 3.3%는 개인사업자랑 계약할 때 구단이 원천징수하는 것이다. 3.3% 외 세금은 개인사업자가 직접 종합소득세신고를 하고 납부해야 한다. 근로자로 계약하면 구단은 사업소득세 3.3%만 원천징수하지 않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근로자는 별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구단 입장;개인사업자는 말 그대로 개인사업자

지도자의 근무 형태와 관련해 대다수 구단의 입장은 같다. 1군 사령탑이 모두 계약직 신분인 것처럼 유스 지도자도 계약직이자,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수 구단 사무국장은 “선수단 운영에 전권을 매기고 목표치를 부여해 평가받는 지도자를 정규직 신분 또는 무기계약직 형태로 고용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유스 팀 지도자는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이번 사태(부산 지도자)처럼 장기간 구단에서 일한 지도자로서는 섭섭할 수 있다. 그러나 엄연히 계약은 계약이다. 위탁계약을 맺은 지도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구단도 있지만, 위로금 형태다. 법이 규정하는 퇴직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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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도자 입장;근로자성 쉽게 부정하면 안 된다

A 감독은 개인사업자 형태 계약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구단 정직원처럼 근무한 것을 강조하며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다. 다만 지난해 부산고용노동청은 최초 조사에서 구단에 위반 사항이 없다는 내용으로 행정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A 감독과 유사한 주장이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K리그 B 구단에서 근무한 트레이너가 퇴직금 등 지급을 두고 구단과 법적 공방을 벌였는데 개인사업자 형태 계약을 맺었어도 구단에 종속돼 근로했다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얻었다.

다만 근로자성 법적 판단은 구단이 ▲근무시간.장소 구속 ▲업무 내용 규정 ▲기본급.고정급 지정 등 9가지 요소가 있다. 지도자의 실질적 근무 형태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이뤄지기에 ‘케이스 바이 케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프로농구 C구단 트레이너 같은 경우엔 구단의 퇴직금 미지급과 관련해 법적 다툼을 벌였는데 1심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패소한 적이 있다.

◇결국 명확한 근무 형태 보장이 핵심

D 구단은 10년 사이 각급 유스 팀 지도자와 개인사업자 형태 계약을 맺었으나 헤어질 때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이별 방식에 대해 미리 협의했고, 적정 수준 위로금을 지급하며 비교적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또 다른 구단은 계약 해지하는 유스 지도자에게 다른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소개했다. 이처럼 구단과 개인사업자 형태 지도자의 이별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다만 근로자성을 화두로 양측이 대립하지 않기 위한 선결 조건은 계약에 맞는 근무 형태를 보장하는 것이다. 핵심은 구단의 지시, 감독에 관한 부분이다. 대다수 구단은 “지시, 감독에 대한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다른 업종 프리랜서도 최소한의 사측 주문을 받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지도자 업무의 본질은 스스로 지도 방식을 선택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휴가 등도 자유롭다”며 근로자성을 무조건 주장하는 것에 반박했다. 지도자도 이런 구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오래전부터 구단과 유스 지도자의 근로자성 여부를 다투는 분쟁 예방을 위해 개인사업자 성격으로 계약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배포한 적이 있다. 현재로서는 전 구단, 더 나아가 전 프로 구단이 최대한 통일화한 플랫폼을 두면서 지도자와 갈등을 줄이고 ‘윈.윈’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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