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
프로당구 LPBA 진출을 선언한 김진아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뒤 자신의 큐를 들고 포즈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압구정=김용일기자] “롤모델 김가영 언니 이기는 상상해요.”

여자 프로당구 LPBA 진출을 선언한 ‘아마 최강’ 김진아(30)는 뼛속 깊이 프로 기질이 다분하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프로 전향의 궁극적 이유’를 묻는 말에 “대중의 관심”, “스타가 되고 싶다”며 가감 없이 속내를 밝혔다.

15세 때 포켓볼로 당구 선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포켓 여제’ 김가영의 세계적인 활약상을 보며 꿈을 키웠다. 10년여 포켓 선수로 지내며 톱랭커로 성장한 그가 갑자기 3쿠션으로 종목을 바꾼 건 무관심과 열악한 환경이다. 김진아는 “어릴 때 당구 선수의 길을 선택하면서 ‘스스로 밥벌이는 해야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롤모델인 김가영이 포켓에서 정점을 찍고 3쿠션으로 돌아선 것처럼 그도 같은 길을 걸었다. 포켓과 3쿠션은 테이블 크기부터 큐까지 다르다. 그러나 재능은 재능이다. 지난 2017년 3쿠션 큐를 잡은 그는 해를 거듭하며 전국 대회에서 두각을 보이더니 2020년 경남고성군수배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해 경남고성군수배 2연패를 포함해 태백산배와 대한체육회장배까지 여자 아마 당구 사상 첫 대한당구연맹(KBF) 주최 대회 3회 연속 우승 금자탑을 세웠다. 또 3쿠션 전향 5년 만에 아마 랭킹 1위로 올라섰다.

김진아

아마 무대에 ‘김진아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제무대에 시선이 쏠렸다. 그는 지난 3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캐롬연맹(UMB) 월드컵에 출전하며 국제 신고식을 했다. 다수 당구 관계자는 김진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격해 ‘세계 최강’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를 잡아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돌연 LPBA 행을 선택했다. 그는 “세계 챔피언에 대한 미련이 없진 않다. 다만 (아마 무대가) 프로와 상금, 미디어 노출 등에서는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이다. 더욱더 큰 동기부여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훈련한 일부 선수가 LPBA에서 대중의 관심, 큰 상금을 받는 것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난 또 미디어에 노출이 될수록 더 훈련에 집중하고 잘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26O9771 김가영 결승 진출 미소
김가영. 제공 | 프로당구협회

김가영이 LPBA 무대에 진출해 지난 시즌 월드챔피언십(왕중왕전 격)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제2 전성기’를 보내는 것도 힘이 됐다. 그는 “가영 언니는 정말 대단하다. 포켓에서 정점 찍고, 3쿠션도 얼마 안 돼서 정상에 서더라.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데 내게 ‘(팀 리그에서) 같은 팀이 됐으면 한다’고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2022~2023시즌 LPBA 무대에서 그는 우상과 한 테이블에서 겨룰 수 있다. 이 얘기에 “가영 언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물론 가끔 가영 언니를 이기는 상상도 한다. 아직 실력은 내가 안 되지만…”이라고 웃었다.

김진아

김진아

‘화끈한 당구’를 선호한다고 말한 김진아는 “새 시즌 우승 한 번은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결과를 떠나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프로가 되겠다. 기왕이면 돋보이는 스타가 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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