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구단 첫 통합 우승 차지한 SK 전희철 감독
SK 전희철 감독이 10일 잠실학생체유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농구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22. 5. 10. 잠실학생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재능은 충만했지만 언제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팀이었다. 딱 1년 전에 그랬다. 핵심 선수 두 명이 자기관리에 실패했고 부상자가 속출하며 역대급 추락을 경험했다. 1년 전 정규리그 1위 팀이 전력을 유지했음에도 8위에 그쳤다. 그러면서 10년 동안 팀을 이끈 사령탑과 이별했다. 구단은 호랑이와 같은 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시즌 농구 코트의 주인공이 된 서울 SK 얘기다.

더할나위 없이 두둑한 ‘리턴’이다. 10년 코치 생활 끝에 사령탑에 오른 전희철 감독은 절묘한 ‘밀고 당기기’로 팀을 재건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기존 팀 컬러를 살리면서 디테일을 더했다. 그리고 자유 속에 책임을 불어넣었다. 때로는 엄격하면서도 때로는 선수와 농담도 주고 받으며 긴 시즌을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었다. 전 감독은 2021~2022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리 팀 물음표는 세 개다. 나, 최준용, 자밀 워니다. 물음표 세 개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종착 지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착역은 정상이다.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최준용이 MVP, 워니는 외국인선수 MVP, 전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다. 팀은 시즌 전적 40승 14패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플레이오프(PO)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4강 PO에서 고양 오리온을 시리즈 스윕으로 압도했다. 챔프전에서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안양 KGC를 꺾고 4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역대 세 번째 챔프전 승리, 그리고 첫 번째 통합우승 금자탑을 세웠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최강팀으로 우뚝 선 SK다.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선택 하나하나가 모험이었다. 지난 시즌 SNS 알몸노출 사건으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최준용, 체중 조절에 실패하고 상대 선수와 꾸준히 충돌한 워니에 대한 결정부터 어려웠다. 신임 사령탑이 감당하기 힘든 고민과 마주했다. 전 감독은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 결과 최준용은 한국 농구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2m 포워드로 올라섰다. 공격에서는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상대에 폭격을 가했다. 수비에서는 외국인선수도 블록슛으로 저지했다. 지난 10일 챔프전 5차전에서 KGC 변준형의 3점슛을 블록슛하고 곧바로 속공 덩크슛을 터뜨리며 왜 자신이 정규리그 MVP인지 증명했다. 5차전 SK의 외곽슛 난조도 최준용이 3점슛을 넣으며 풀렸다.

[포토]전희철 감독과 포옹을 나누는 최준용
SK 최준용(왼쪽)이 10일 잠실학생체유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농구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승리가 확정적인 4쿼터 막판 교체아웃되며 전희철 감독과 포옹을 하고 있다. SK는 KGC에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잠실학생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워니는 다시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전 감독의 카리스마에 압도된 채 코트 위에서 오로지 승리만 응시했다. 오마리 스펠맨, 앤드류 니콜슨과 같은 특급 외인과 승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슛과 패스를 겸비한 특급 외인이 얼마나 무서운지 워니가 보여줬다. 최준용과 최부경 등 국내 선수들은 챔프전 승리 후 인터뷰에 임하는 전 감독을 향해 샴페인을 퍼부었다. 워니도 샴페인을 들고 나타났는데 전 감독의 눈빛과 마주하고는 곧바로 세리머니를 멈췄다. 그저 전 감독을 향해 한국어로 또박또박 “축하해요 감독님”이라며 미소지었다.

스크 세리머니
지난 10일 챔프전 5차전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던 전희철 감독이 선수들에게 샴페인 세리머니를 당하고 있다. 잠실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전 감독은 눈시울을 붉힌 채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무섭다”고 웃었다. 이어 “내가 얼마나 잘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노력은 정말 많이 했다. 코치 10년을 하고 감독을 맡으면서 부지런히 노력은 했다. 원래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일 년에 책 100권을 본 적도 있었다”며 “뭐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파는 성격이기는 하다. 코치 시절부터 지금까지 농구에 제대로 꽂혔다”고 말했다.

덧붙여 “SK 감독이 되면서 전술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일단 좋은 매니저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선수들과 나는 다른 세대다. 세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맞추려고 많이 노력했다. 선수들과 한계선은 분명히 정해놓고 그 안에서 좋은 분위기, 좋은 경기력을 만들었다. 이 팀에 10년을 있으면서 선수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 이 부분도 좋게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50대가 되면서 나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제는 드라마를 보다가도 눈물이 난다. 많이 여려지면서 선수단이 잘 돌아가는 것 같다. 너무 강하면 밀당이 안 되지 않나. 나이를 먹은 게 도움이 됐나보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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