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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계약으로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정현(왼쪽)과 창원 LG 이관희. 사진제공 | 서울 삼성 썬더스, KBL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KBL 최고 ‘앙숙’을 꼽자면 이정현(35)과 이관희(34)를 들 수 있다. 만나면 으르렁이다. 이 둘의 스토리에 또 하나가 추가됐다. 소속팀이다. 이관희가 창원 LG에서 뛰고 있는 가운데 이정현이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전자 라이벌’ 추가다. 이겨야 할 이유가 두 배가 됐다.

삼성은 19일 “이정현과 계약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7억원(연봉 4억9000만원, 인센티브 2억1000만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며 “노련한 게임 운영 능력을 보유한 이정현이 팀 전력 상승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 베테랑 선수로서 팀내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0~2011시즌 안양 KGC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정현을 2016~2017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전주 KCC로 이적했다. 당시 첫 시즌 보수 총액 9억2000만원으로 역대 최고액 신기록을 썼다. 이번에 다시 FA가 됐고, 삼성의 손을 잡았다.

김시래 외에 확실한 국내 선수 자원이 없는 삼성이다. 명가 부활을 위해 ‘거물’이 필요했다. KGC를 두 차례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정현이라면 큰 힘이 될 것이라 판단했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다른 팀도 이정현을 원했으나 삼성의 의지가 강력했다. 그렇게 이정현이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름이 있다. 거의 연관 검색어 수준인 이관희다. 이관희는 2011~2012시즌 삼성에서 데뷔했고, 줄곧 삼성에서만 뛰었다. 그러나 2020~2021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이때 김시래가 LG에서 삼성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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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4월23일 2016~2017시즌 챔프전 2차전에서 삼성 이관희가 KGC 이정현을 밀치고 있다. 사진제공 | KBL

2020~2021시즌을 마친 후 FA가 됐고, LG와 계약기간 4년에 첫해 보수총액 6억원에 계약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삼성의 터줏대감에서 LG의 에이스가 됐다. 2021~2022시즌 53경기에 나서 평균 14.1점 3.3리바운드 2.9어시스트를 만들었다. 이관희가 있어 LG도 시즌 막판까지 6강 경쟁을 할 수 있었다.

이정현과 이관희는 리그 최고로 꼽히는 앙숙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철천지 원수’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연세대 1년 선후배 사이에다 상무 복무 시기도 비슷하다. 절친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언제부터 둘 사이가 앙숙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코트 위에서 신경전은 기본이고,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관희나 이정현 모두 서로 언급되는 것을 꺼린다. 이관희는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도 대놓고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불쾌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할 정도다. 연세대 선배인 이정현을 두고 ‘그 선수’라 부를 정도다.

이정현은 “신경 쓰지 않는다. 별로 얽히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애써 담담하게 받는 모양새. 달갑지 않다. 이관희가 후배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나아가 리그 내 위상으로 보면 이정현은 이관희보다 우위에 있는 선수다. 자꾸 들이대는 후배가 반가울 리 없다.

어느 한쪽이 은퇴를 하거나 해외로 진출하지 않는 이상 계속 KBL에서 격돌하게 된다. 조마조마하게 보는 이들도 있으나 특정 선수들의 라이벌 관계는 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흥행을 위해 애를 쓰고 KBL 입장에서는 보기에 따라 반가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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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2월5일 잠실 삼성-KCC전에서 충돌했던 이정현(왼쪽)과 이관희(오른쪽 두 번째). 사진제공 | KBL

2022~2023시즌에는 재미에 재미가 더해질 전망이다. 소속팀 관계가 추가됐다. 국내 최고 재벌로 꼽히는 삼성과 LG다. 둘은 전자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결쟁중이다. 그리고 이 두 그룹이 나란히 농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의 이정현과 LG의 이관희다.

코로나 시국 이전, 삼성은 LG전에 맞춰 ‘클래식 데이’를 열었다. 과거 실업시절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었다. 대상이 LG인 것은 간단하다. 과거 실업팀 당시 ‘삼성전자’였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LG는 자신들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2021~2022시즌에는 서울 SK와 ‘S더비’에서 클래식 데이를 열었다.

과거에는 그룹 윗선에서 ‘어느 팀에는 지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 요즘은 달라졌다. 프로의 세계이기에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삼성과 LG의 ‘전자 라이벌’ 이미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유니폼 색깔도 블루와 레드다. 강렬히 대비된다.

여기에 이정현과 이관희가 붙었다. 라이벌에 라이벌이 더해졌다. 다가올 2022~2023시즌 삼성-LG전 혹은 LG-삼성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전망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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