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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가 챔피언 밸트를 허리에 두루고 기뻐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챔피언의) 기쁨보다는 어색함이 크다. 체감하려면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더블지FC 12’가 열렸다. 메인이벤트는 더블지 FC 웰터급 챔피언 타이틀전으로 정윤재(31·싸비MMA)와 박정민(25·팀매드)이 주먹을 맞댔다. 이번 타이틀전은 전 챔피언 김한슬이 타이틀을 반납하면서 이루어졌다. 2대 챔피언을 가리는 결정전에서 정윤재는 세 명의 심판으로부터 30-28의 채점을 받고 왕좌에 올랐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타격과 그라운드에서 박정민을 압도하며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끌어냈다.

1라운드 초반에는 자신보다 8㎝나 큰 박정민(184㎝)의 펀치와 킥에 고전했지만, 경기 중반을 넘어서며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접근전에서의 묵직한 한방, 그라운드에서의 우위 등 장점을 활용하며 여유 있게 승리했다. 감격의 눈물을 쏟으며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둘렀지만, 정윤재의 말대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윤재는 격투기는 물론 운동하고는 담을 쌓은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는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부가 MMA로 진로를 바꾸게 했다.

정윤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학업 스트레스로 공부는커녕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3학년을 출석 체크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병원에서 보냈다. 내과에서 검사받았는데 원인을 찾지 못했다. 심리적인 게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심리 상담만 받았다”라며 공부로 인해 엄청나게 스트레스에 시달렸음을 고백했다. 이어 “상담을 해주던 선생님이 입시에 대해 조급함은 내려놓고 배우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충고해주셨다. 그때부터 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3개월 만에 스트레스로 인한 오한과 몸살 증세가 사라졌다. 처음으로 성취감을 느껴 선수도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라며 MMA 선수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자신의 핸디캡을 격투기로 극복한 정윤재는 “챔프 벨트를 찼지만, 아직 어색하다. 앞으로 체육관 동생들과 재밌게 운동하면서 챔피언이 된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가능할 것 같다”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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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가 파운딩으로 펀치로 공격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박정민이 6연승을 달리고 있어서 쉬운 상대가 아니었을 텐데.

난 레슬링에 치중한 그래플러가 아닌 타격과 그라운드 기술이 혼합된 완성형 파이터를 항상 추구한다. 박정민의 장점에 맞춰 방어 기술을 읽혔고, 공격에서는 킥에 이은 타격 전략을 썼다.

-1라운드에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박정민의 큰 키와 긴 리치 때문에 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멀어서 놀랐다. 처음에 잽이 제대로 들어가면서 타격 욕심을 냈었는데, 서로 타격을 섞다가 하이킥과 뒷손 어퍼컷을 연달아 맞으면서 엄청나게 당황했다. 정신을 금방 차렸지만 데미지를 회복하기 전까지 무조건 레슬링으로 붙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이후 킥과 타격으로 박정민을 공격한 것이 유효했다. 3라운드에서는 팬들에게 강렬함을 남기고 싶어 타격전을 펼쳤다.

-승부의 분수령은.

2라운드 중반이었다. 태클로 박정민을 쓰러뜨렸는데 호흡소리가 굉장히 거칠었다. 체력이 소진된 것을 알고 그 순간부터 승리를 확신했다.

-격투기의 매력은.

격투기는 희비 교차가 확실한 게 매력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매정할 수 있지만, 관중이나 시청자들이 보기에 승자의 모습은 정말 빛이 나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부분을 보고 격투기에 빠진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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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가 박정민을 펀치로 공격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파이터로서의 강점과 특기는.

지금 당장은 체력, 내구성, 레슬링 등이 강점이자 특기다. 목표가 웰라운더형 파이터이기 때문에 타격 기술을 많이 늘이고 싶다.

-격투기 외에 몸담았던 스포츠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축구나 농구 할 때도 혼자 벤치에 앉아서 시간 보낼 정도였다. 지금도 똑같은데 격투기만 좋아하는 것 같다. 격투기를 운동이 아닌 무술(武術)로 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롤모델은.

UFC에서 미들급 챔피언을 지냈던 마이클 비스핑이다. 오랫동안 UFC에서 승패를 반복하다가 결국 37살의 늦은 나이에챔피언에 오른 것과 한쪽 눈의 시력을 상실한 채 케이지에 오른 정신력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 비스핑을 보면 동기부여가 된다.

-챔피언으로서 1차 방어전의 상대를 예상하면.

출중한 선수들이 많아 아직 모르겠다. 누가 방어전의 상대가 될지 예측하기 보다는 후회를 남기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싶어서, 누구와 싸우게 되더라도 항상 준비상태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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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가 챔피언 밸트를 허리에 두르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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