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5)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해외 진출의 첫발로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을 택했던 과거와 달리 ‘팝의 본고장’인 미국부터 노리는 K팝 그룹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멈춰있던 K팝 가수들의 해외 공연이 재개 중이다. 방탄소년단과 같이 두터운 글로벌 팬덤을 가진 스타뿐만 아니라 신인 그룹들도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트와이스, 세븐틴, 몬스타엑스, 에이티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여자)아이들, 더보이즈, 골든차일드, CIX 등 아이돌 그룹이 올해 처음 미국 순회공연을 했거나 진행 중이고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예 고스트나인, 다크비, 김우진 등도 미국 공연에 나서거나 나설 예정이다. SM의 신인 그룹 에스파는 하반기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K팝의 미국 진출 포문은 방탄소년단이 열었다. 이전에도 원더걸스 등이 미국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싸이가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에 오르는 등 반향을 일으켰지만, 단기적 성과에 그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가지는 못했다. 그래미를 포함한 미국 대표 음악 시상식과 차트를 휩쓸고 5만석이 넘는 북미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열며 실질적인 성과를 낸 건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아직 이엔 못 미치지만 K팝 아이돌의 미국 공연 규모도 차츰 확대되는 추세다. 트와이스, 몬스타엑스, 세븐틴, 에이티즈 등의 경우 약 2만명 규모의 아레나급 공연장에 입성하며 현지 음악 시장을 무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그려가고 있다.

방탄소년단 (1)

트와이스_LA 앙코르 콘서트_단체 (3)

가수들이 잇따라 미국 시장을 두드리는 건 미국의 압도적인 시장 크기 때문이다. 북미는 전 세계 음악 시장규모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일본에 비해서도 4배가량 규모가 크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공연이 성공했을 때의 수입은 어느 국가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말 해외길 물꼬를 트기 시작하자마자 미국 LA에서 대규모 공연을 열었다. 이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4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또한 20만 관객을 동원한 올해 4월 라스베이거스 공연만으로 약 450억원의 티켓 판매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키즈

미국 시장이 중요해지면서 처음부터 빌보드 차트 진입을 노리고 전략적으로 금요일에 앨범을 발매하는 관행도 생겼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일 오후 1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0시) 신보를 발매했고, 오는 24일 트와이스 나연도 첫 솔로 앨범을 오후 1시에, ITZY(있지)도 7월 15일 오후 1시 발매를 확정했다. 이 외에도 블랙핑크, NCT 127,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이 이같은 음반 발매를 이어가고 있다.

기획사들의 핵심 시장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의 아이돌 음악 소비의 핵심 팬덤층인 1020세대가 줄어들면서 한국 음악 소비자의 파이 역시 줄어든 반면, 글로벌 팬덤의 영향력은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글로벌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다. 틱톡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틱톡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공연 시장이 얼어붙은 기간은 오히려 K팝이 서구권으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됐다. 이 기간 유튜브·틱톡 등을 통해 K팝에 유입된 미국·유럽 팬덤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크비, 고스트나인, 에스파

가요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북미 시장을 겨냥한 K팝 그룹이 더 쏟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과거엔 중국 진출을 목표로 한류라는 말이 시작됐지만 지금은 환경 자체가 180도 바뀌었다”며 “미국은 음악시장의 규모도 크고 인프라도 좋은데, 코로나19 이후 공연 티켓 가격까지 껑충 뛰면서 수익성까지 좋아졌다. 더군다나 K팝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까지 높아지면서 신인 그룹들까지도 공연에 초청하는 등 해외 진출의 새 교두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이 물리적인 거리도 가깝고 문화적인 동질성 때문에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공연 규제가 심하기도 하고 ‘친중’ ‘친일’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는 위험도 있다”며 “물론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지금 K팝 업계 최대 관심사는 아시아가 아닌 미국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다들 ‘넥스트 BTS’를 노리며 미국 빌보드 차트에 들어가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각 소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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