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외계+인 1부_류준열 배우 매체 제공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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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배우 류준열은 2015년 7월의 어느 날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소속사와 전속계약 도장을 찍던 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그는 “최동훈 감독님 작품은 꼭 한 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좀처럼 연이 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감독은 그 해 개봉한 영화 ‘암살’ 이후 작품을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류준열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찍고 승승장구하며 차세대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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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호출이 왔다. “최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게 될 것 같다.”

“울컥했다. 신인 시절, 꼭 최 감독님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던 그 순간이 마치 파노라마의 한 장면처럼 스쳐지나갔다.”

평소 추앙했던 감독의 작품에 캐스팅된 ‘성덕’ 주연배우. 20일 개봉하는 영화 ‘외계+인’의 류준열에 대한 설명은 이 한마디로 정리될 것 같다. 류준열은 이같은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도, 작품 속 상황도 모두 ‘인연’이다”라고 강조했다.

“작품을 찍으면서 ‘사람 인연을 가볍게 볼게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 믹싱 수업을 들을 때도 영화 ‘전우치’의 OST를 수업과제로 제출할 만큼 최 감독님 팬이었다. 영화 ‘외계+인’도 결국 ‘인연’에 대한 이야기다. 가드(김우빈 분)가 이안(김태리 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무륵이 이안을 처음 만났던 것도 모두 인연의 실타래로 엮였다. ‘외계+인’이라는 제목처럼 ‘人’을 강조한 것도 결국 인간들이 힙을 합쳐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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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재와 과거, 외계인과 도사, 첨단 과학과 도술, 이 모든 것이 혼재되면서 이종 하이브리드 SF코믹 액션물같은 느낌마저 준다. 류준열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방대한 세계관과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이야기가 신기했다. ‘이런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싶었다. 시도 자체가 놀랍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감독님 댁에 가면 벽 한쪽에 책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만화, 소설, 그리고 옛 고전까지. 이야기꾼 최동훈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현실화시키는 과정은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최감독과의 호흡은 상상 이상었다고 한다. 류준열은 “감독님은 상상했던 것보다 에너지가 좋은 분이고 상상했던 이상으로 에너지를 끝까지 이어가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나야 내 장면만 촬영하고 다른 배우들 촬영 때는 쉬었지만 감독님은 하루도 쉬지 못했다. 절대로 무선으로 디렉션을 주지 않고 현장에서 뛰어다니며 디렉션을 주신다. 항상 ‘준열아, 영화는 이런거야’ 라고 말씀하시는 눈빛을 떠오르게 한다. 그 에너지가 배우들에게 전달되니 배우들도 감독님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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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류준열 자신도 그 어느 때보다 작품에 공을 들였다. 그가 맡은 무륵 역은 어설픈 재주와 도술을 부리며 스스로를 ‘마검신묘’라 칭하는 신출내기 얼치기 도사다. 다른 작품을 촬영할 때와 달리 1년 정도 여유있게 시간이 주어지면서 ‘무륵화’ 하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열심히 준비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극중 대사에도 ‘무릇 도(道)란 갈고 닦아서 깨달을 때가 있고, 문득 깨달을 때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내 연기는 후자 쪽에 가깝다. 조금 더 힘을 빼고 준비하니 편안한 마음으로 무륵에 다가가게 됐다.”

하지만 많은 스태프들과 합을 맞춰야 하는 와이어 액션신을 위해 기계체조를 몇 달간 배우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는 에피소드를 들으면 이 젊은 배우의 연기가 ‘문득’ 깨달음에서 오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영화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호흡으로 하나의 장면을 완성해 가듯 와이어 액션도 배우와 스태프가 이심전심이 돼 함께 호흡할 때 완벽하게 구현된다. 관객이 보는 장면을 위해 와이어에 매달린 채 똑같은 장면을 수십 번 촬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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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륵이 고려 말 도사 캐릭터다 보니 최감독의 연출작 ‘전우치’(2009)와 비교는 피하기 힘들 듯 하다. 류준열은 앞서 진행한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전우치’와 가장 다른 점은 외모”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굳이 ‘전우치’와 비교하고 싶지 않다. 누구와 비교하는 타입도 아니고..미국에서 강동원 선배를 만난 적 있는데 감독님과 촬영할 때 준비해야 할 점에 대한 조언을 주셨다. 하지만 작품이나 캐릭터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2년간의 팬데믹기간 동안 인간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촬영하며 류준열 자신도 조금씩 변화했다. 그는 “예전에는 ‘혼영’을 즐기곤 했지만 이제는 누구랑 보느냐, 얼마나 많은 관객과 보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극중 이안의 대사 중 ‘인간이 해결할거야’라는 장면이 있다. 결국 영화 자체가 인간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라는 의미다. 나 역시 영화로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지 상상하며 연기를 준비하게 됐다.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2년을 잘 버틴 것 같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씨제스 엔터테인먼트,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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