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_남긴 것 (2)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이브’가 충격적인 결말을 맞았다.

21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이브’(윤영미 극본· 박봉섭 연출) 16회에서는 친부모와 가짜 모친을 살해한 이들을 향한 라엘(서예지 분)의 복수극이 매듭지어졌다.

라엘과 윤겸(박병은 분)이 사랑을 다시 확인한 순간, 소라(유선 분)와 김정철(정해균 분)은 라엘을 살해하고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정철은 윤겸의 눈을 피해 라엘을 공격했지만, 결국 윤겸에 의해 사망했다. 소라는 계획이 실패하자 라엘을 납치, 경악스런 광기를 터뜨렸다.

이후 은평(이상엽 분)과 함께 라엘을 구한 윤겸은 소라와 동반자살을 택했다. 그는 즉사했고, 소라는 스스로 불행한 기억을 지우는 중증 므두셀라증후군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한판로(전국환 분)는 딸 소라에 의해 자신이 만든 지하감옥에 갇혀 죽음을 맞이했다. 또한 비서 문도완(차지혁 분)의 증언으로 소라, 한판로, 김정철의 악행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라엘은 윤겸과 함께 가기로 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났다. 은평 역시 라엘을 만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행을 택했다. 엔딩에서는 복수심에서 해방된 듯한 미소를 띤 채 윤겸이 남긴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라엘이 등장했다. 이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의 결실을 맺은 듯 윤겸과 행복하게 탱고를 추는 라엘의 상상이 그려져 짙은 여운을 남겼다.

이처럼 ‘이브’는 마지막 회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개로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에 ‘이브’가 남긴 세 가지를 정리해본다.

#1. 몰입 높이는 열연

서예지는 가족을 몰살시킨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인생과 사랑을 모두 내던진 이라엘 역을 맡았다. 특히 그는 부모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윤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캐릭터를 순간적인 눈빛, 표정, 목소리 등의 변화로 표현했다. 박병은은 라엘을 만난 후 사랑에 빠져 위험한 선택을 한 기업 LY의 최고 경영자 강윤겸으로 분해 기업 오너로서 냉철한 카리스마를 뿜어낸 한편,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여리고 부드러워지는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욱이 박병은은 사랑하는 여자의 복수 계획을 모두 알게 된 인물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밀도 높은 내면 연기로 그려냈다.

유선은 겉으로는 완벽하고 화려하지만 정서적 불안과 남편에 대한 집착을 지닌 여자 한소라를 연기하며 극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후반부로 갈수록 폭주하는 캐릭터를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소화해 소름을 유발했다. 이상엽은 라엘을 지키기 위해 복수에 동참한 대통령 비서실장 서은평 역을 맡아 희생적인 사랑을 보여줬다. 특히 이상엽은 복수 대상들 앞에서는 한없이 차갑고, 라엘의 앞에서는 한없이 따스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밖에도 라엘의 복수 동반자 장문희 역의 이일화, 소라의 부친 한판로 역의 전국환, 한판로의 수족 김정철 역의 정해균을 포함해 이하율(장진욱 역), 조덕현(이태준 역), 김정영(김진숙 역), 박명훈(강치겸 역), 이세나(윤수정 역), 차지혁(문도완 역), 소희정(김계영 역), 손소망(은담리 역), 김예은(여지희 역), 이지하(차에리사 역) 등이 작품을 빛냈다.

#2. 예측 박살 파격 전개

‘이브’는 매회 예측을 비껴가는 전개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특히 라엘이 부모의 처참한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13년간 치밀하게 설계해온 인생 속 위장 설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충격을 선사했다. 라엘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김선빈이라는 이름으로 장문희(이일화 분)와 가짜 모녀 관계를 맺은 것도 모자라, 장진욱과의 결혼 또한 복수를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나 그의 복수심을 짐작게 했다.

이와 함께 남편을 향한 집착에서 비롯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납치, 살인 등 범죄를 서슴지 않고, 부친을 지하감옥에 감금시켜 아사하게 만든 소라의 광기 서린 행보는 시청자들의 머리칼을 쭈뼛 서게 만들었다. 더불어 라엘의 복수 과정에서 발생한 변수들과 소라와 동반자살을 감행한 윤겸의 선택 등 마지막까지 속단할 수 없는 전개가 휘몰아쳤다.

#3. 인과응보 메시지

윤겸은 뒤늦게 라엘 가족이 겪은 고통의 무게를 뼛속 깊이 깨달았다. 그는 자신과 소라, 한판로, 김정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 뒤 소라와 동반자살을 시도해 결국 사망했다. 소라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정신병동에 입원했고, 얼굴에 끔찍한 흉터를 지닌 채 텅 빈 삶을 살게 됐다. 권력을 과시하며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아내와 딸에게 폭행을 일삼았던 한판로는 자신이 만든 지하감옥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김정철 또한 라엘을 살해하려다 죽음을 맞이했다. 여기에 비서 문도완의 증언으로 죽어서도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입게 된 윤겸, 소라, 한판로, 김정철의 최후가 짙은 여운을 남겼다.

한편, ‘이브’ 마지막 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4.6%(이하 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 최고 5.6%, 전국 가구 기준 평균 4.5%, 최고 5.3%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이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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