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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심언경기자]“2화 시청률 보고 (박)은빈이한테 큰절했다.”

인기리에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은 배우 전배수(52)가 이같이 밝혔다. 팬데믹 속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박은빈을 향한 존경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고 덧붙였다.

시청률 0.9%(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로 시작한 ‘우영우’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7.5%로 막을 내렸다. 인지도가 낮은 채널과 힐링극의 만남, 출연진조차 기대하지 않았지만 자타공인 ‘대박’을 터트렸다.

“대본을 봤을 때 잘될 것 같긴 했지만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 지상파에서 방송했다면 ‘최고 시청률 나오지 않겠냐’ 했을 텐데 신생 채널에서 방송한다고 해서 기대를 접었다. 반응은 좋을 것 같았는데 시청률로 이어질지 몰랐다.”

동료 배우들의 반응도 대단했다. “장난 아니다. 설경구 형이 전화와서 ‘송윤아가 네 팬이 됐어’ 이러더라.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니까 전화를 바꿔줬다. 일어나서 전화받고 그랬다. 하하. 같이 작업했던 정유미, 염혜란도 연락왔다”고 말했다.

특히 2회 시청률이 1회의 2배인 1.8%를 기록했을 때를 잊을 수 없었다.그는 우영우 역의 박은빈에게 큰 절을 올린 에피소드와 이유를 설명했다.

“은빈이가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작품이 멈추면 안 된다는 강박이 심했다. 오미크론이 절정이던 시기, 8개월간 식당을 가지 않고 차에서 도시락만 먹었다. (코로나19에 확진돼도)일주일 쉬면 되지만, 이게 ‘우영우’에 대한 은빈이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뒤 (2회 시청률이)점프하니 큰절이 하고 싶었다.”

그는 극 중 딸 우영우의 홀아버지 우광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용인 타운하우스에 거주 중인 그는 단번에 ‘동네 아저씨’에서 ‘국민 아빠’로 거듭났다. 그러나 정작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는 ‘또 아빠 역할이냐’는 생각에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회사에 ‘아빠 좀 그만하면 안 되냐’고 구시렁댔다. 대본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여주인공에 묻어가는 아빠가 아니라, 오롯이 아빠 역으로 연기해야 하는 인물이더라. 그래서 아빠라는 생각이 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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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생겼지만, 이 역할이 왜 하필 자신에게 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에 태수미(진경 분)의 옛 연인이라는 설정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곧 ‘야망 없는 자신의 얼굴’에서 답을 찾았다.

“처음에는 나를 왜 캐스팅했지 싶었다. ‘내가 서울대 법대를? 시내버스 타고 들어가서 구경한 것밖에 없는데’ 이랬다. ‘진경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킹메이커’라는 영화 코멘터리에서 설경구 형이 저에 대해 정의를 내려줬었다. ‘야망이라곤 1도 없는 얼굴로 혼자 서 있는데 드디어 저런 얼굴이 세상을 지배하는 때가 왔구나’ 했다. 우영우를 혼자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야망을 드러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 괴리감이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 눈에도 이렇게 보였겠구나 했다. 노력할 필요 없이 타고났다 싶었다.”

전배수는 극 중 박은빈과 가장 많은 신을 함께했다. 두사람은 지난 2018년 드라마 ‘오늘의 탐정’에서 호흡을 맞춰봤지만, 감정이 담기지 않은 우영우의 말을 받아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드라마 초반 연기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우영우가)한 톤으로 얘기하지 않나. 스스로 불신이 생겼다.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감정이 있는데 이번에는 자가발전해서 끌어올려야 할 때가 있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우광호가 겪는 외로움이 전배수가 겪는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

고독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배역에 몰입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그 배경에는 데뷔 27년 차 대선배 박은빈이 있다.

“(박)은빈이는 제가 본 아역 출신 배우 중에서 제일 잘 컸다. 너무 일찍 어른의 세계로 들어오지 않았나. 어른의 세계를 일찍 배워서 서른이 넘은 배우가 느끼는 사회는 되게 이상할 것 같다. 그런데 갓 데뷔한 애처럼 신선하다. 책임감도 강하고, 성실하고, 요령을 잘 안 피운다. 우리랑 자꾸 섞이면 연기에 생각이 들어갈까 봐 스스로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부분들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 역시 선배님은 다르시다. 우리 딸이 너처럼 컸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전배수는 ‘우영우’가 ‘세대 불문 즐기는 것을 넘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매주 수요일, 목요일 숙제를 빨리 끝낸 초등학교 5학년 딸과 ‘본방 사수’를 했다.

“제가 출연한 드라마 중 ,전 세대가 다 보는 작품이었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다 알아본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등교해서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어린 친구들이 20살 됐을 때 ‘우영우’를 떠올리고, ‘우리 그때 그 얘기 했었는데’ 할 수 있는 드라마 같다. 자폐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께는 가볍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던 목소리를 이 작품을 통해서 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드라마를 활용, 자연스럽게 얘기할 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배수6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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