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키움 선발투수 안우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KBO리그 최고 ‘강속구(파이어볼러)’ 투수가 진화하고 있다. 안우진(23·키움)의 변화구 구사율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안우진은 올시즌 25경기에서 속구를 43.8%만 던졌다. 2020년 60.3%, 지난해 52.9%를 던졌으니, 점차 구사율을 낮추고 있다. 올시즌에도 후반기 들어 속구 비율이 줄어드는 중이다. 최근 5경기 평균 속구 구사율은 38.06%다.

구속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지난달 28일 LG전에서 속구 최고 시속 159㎞를, 지난 1일 한화전에서는 158㎞를 각각 던졌다.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이다.

한화전에서 안우진은 101개를 던졌는데, 강속구는 단 38개만 사용했다. 커브(18.8%), 슬라이더(24.8%), 체인지업(18.8%)을 골루 섞어 완급 조절을 했다. 특히 커브는 시속 124㎞까지 떨어뜨려 한화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안우진은 “휴식이 짧아 몸이 피곤한 것이 있는 만큼 체력을 아끼려고 했다. 속구는 체력 소모가 심하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속구를 세게 던져 마무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커브와 체인지업 완성도가 향상된 덕분에 가능했다.

\'5와 2/3이닝 8실점이라니....\' 안우진[포토]
키움 선발투수 안우진이 지난 7월2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6회말 2사 만루에서 배정대에 싹쓸이 3루타를 허용한 후 교체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지난 7월28일 KT전(5.2이닝 8실점)이 전환점이 됐다. 당시 커브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속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승부를 걸었다가 KT타선에 통타당했다. 당시 커브와 구사율은 올시즌 가장 낮은 수치인 10.7%였다. 안우진은 당시를 떠올리며 “커브를 안쓰고 속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던지니 타자들이 쉽게 생각하더라”라고 했다.

다음 등판일인 지난달 3일 SSG전에서는 다시 커브 비율을 높였다. 체인지업도 2배 이상 많이 던졌다. 7이닝 무실점 승리 투수가 된 안우진은 “(KT전과 SSG전을 통해)타자들이 ‘강강’보다 ‘강약’ 완급 조절을 어려워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다시 만난 KT 타자들에게는 속구 비율을 올시즌 가장 낮은 34.6%까지 내렸다. 안우진은 이날 7이닝 3실점, 삼진 9개를 솎아냈다.

[포토] 12승에 도전하는 안우진
안우진.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안우진을 상대하는 감독들도 그의 성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지난해부터 안우진을 봐왔지만 발전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내년 3월 열리는 WBC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KT 이강철 감독도 내심 안우진의 활약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지난 7월28일)우리한테 당하고 안우진이 강속구만 던지기 보다 완급조절을 하는 전략으로 바꿨다더라. 그러더니 잘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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