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산 현대 선수들이 지난 1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 31라운드 동해안 더비에서 패한 뒤 허탈한 표정으로 서포터석을 향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오묘하게 얽힌 난제를 풀어야 한다.

17년 만에 K리그1 우승을 바라는 울산 현대가 최대 고비를 맞았다. 울산은 지난 11일 포항 스틸러스와 홈에서 치른 K리그1 31라운드 ‘동해안 더비’에서 종료 직전 신예 노경호에게 버저비터 골을 허용하며 1-2로 졌다. 반면 우승 경쟁 팀인 전북 현대는 전날 대구FC 원정에서 5-0 대승하며 부진 사슬을 끊었다. 선두 울산이 승점 62로 제자리걸음 한 가운데 2위 전북은 승점 55가 되면서 두 팀 승점 간격은 7로 줄었다. 울산은 정규리그를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스플릿 라운드(5경기)에서 전북, 포항과 또 한 번 대결을 앞두고 있다. 3경기가 채 되지 않는 승점 격차는 커다란 부담이다.

울산은 8월 중순이 지나며 팀 컨디션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최근 4경기 1승1무2패.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4강에서 탈락한 전북이 피로 누적과 심리적 허탈감에 같은 기간(1승3무) 승점 획득이 더뎠기에 망정이지 최소 2승 이상을 따냈다면 승점 격차는 박빙으로 흐를 수 있었다.

빌드업을 지향하는 울산 축구의 엔진인 2선 자원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서 이탈한 게 부진의 주된 요인이다. 주장 이청용이 선발과 조커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나, 시즌 초반 ‘제로톱’의 핵심 구실을 해온 아마노 준, 엄원상 등의 컨디션이 이전만 못 하다.

아마노는 컨디션 사이클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지난 2년간 선발로 뛴 횟수가 많지 않다. 벨기에 무대를 누비다가 2020년 요코하마를 통해 자국 J리그에 복귀한 아마노는 주로 교체 요원이었다. 지난 시즌 34경기를 뛰었으나 선발은 단 7회. 울산으로 이적한 뒤엔 붙박이 멤버로 거듭났으나 빡빡한 일정 속 시즌 막바지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팀 내 최다골(11골)을 넣은 국가대표 윙어 엄원상도 속도와 힘이 떨어졌다. 그는 올 시즌 울산 주력 요원 중 누구보다 A대표팀까지 바쁘게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최근 상대 견제까지 받으면서 부담을 느낀 그는 컨디션 저하와 더불어 왼팔 부상까지 입었다. 홍 감독은 이들의 대체자로 윤일록을 지속해서 투입하고 있으나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3선의 핵심인 원두재도 시즌 초반부터 부상 악재에 시달리면서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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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이 진난 1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 31라운드 동해안 더비에서 패한 뒤 허탈한 표정으로 서포터석을 향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2선의 힘이 약해지면서 상대는 밀집 수비로 울산 빌드업을 제어한 뒤 이전보다 수월하게 역습을 펼치고 있다. 울산 내부에서 더욱더 심각하게 느끼는 건 수비진이 최근 상대 공격수 동선을 쉽게 놓친다는 점이다. 포항전에서 결승골을 허용했을 때도 조커인 192㎝ 이호재를 자유롭게 나둔 게 화근이 됐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막판 제공권에 능한 이호재를 투입했다. 그의 머리를 겨냥한 한 방을 노린다는 건 누구나 알 만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이호재를 겨냥한 크로스가 날아갔을 때 울산 수비진은 아무도 따르지 않았다. 결국 이호재의 헤딩 슛이 골대 맞고 흘렀고 노경호가 이어받아 차 넣었다.

울산은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여름 이적생’ 공격수 마틴 아담(7경기 5골2도움)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담의 존재만으로 우승컵이 쉽게 닿는 게 아니다. 여러 팀이 아담에 대한 대비책을 공유하고 있다. 코치진은 아담의 제공권을 더욱더 다채롭게 활용할 묘책은 물론, 크로스의 질이 뛰어난 이명재나 전역한 국가대표 센터백 정승현 등 새 엔진 구실을 할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또 팀 내엔 임대 신분이거나 계약 기간이 끝나는 선수가 즐비하다. 프런트는 코치진과 협의를 통해 이들의 미래에 관한 교감을 적극적으로 나누면서 잔여 경기에 커다란 동기부여를 매기는 지원 사격이 필요해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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