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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염정아 씨는 90년대 우상이었다. 그와 부부연기라니,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같다. 하하”

연기파 배우 류승룡(50)이 무뚝뚝하면서도 괴팍한 가장으로 돌아온다. 그는 28일 개봉을 앞둔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폐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내 오세연(염정아 분)의 첫사랑을 찾아나서는 남편 강진봉으로 분해 특유의 코믹 연기로 관객을 들었다 놓는다.

영화는 80년대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주크박스 삼아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나서는 부부의 모습을 비춘다. 다소 황당할지 모르는 스토리는 적재적소에 유머와 위트로 무장한 류승룡과 염정아의 빼어난 연기호흡으로 폭소와 눈물을 동시에 안긴다.

“염정아 씨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첫 만남에서 깨졌다. ‘오빠랑 꼭 연기해보고 싶었다’는 첫마디에 무장해제됐다.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는 말에 역시 프로다 싶었다. 언제 어색했냐는 듯 30년 부부처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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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기한 강진봉은 ‘꼰대’처럼 보이는 ‘츤데레’(겉으로 차가운 척 보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이를 이르는 합성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내에게 괜찮으냐고 묻는 대신, “그러게 밀가루 좀 작작 먹지”라고 무안을 주고,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아내의 생일날 나온 미역국에 “애 수능 볼 때까지 미역국 끓이지 말라고 했지”라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요즘에도 저렇게 간 큰 남편이 있나 싶지만, 실상은 아내의 투병과, 평생을 해로한 이의 빈자리를 두려워하는 마음 약한 남자기도 하다. 류승룡은 “영화를 통해 ‘웰다잉’에 대해 배웠다”고 고백했다.

“초반 시나리오에는 진봉의 빌런같은 면모가 더 많았다. 밥상을 뒤집어엎는 신도 있었다. 너무 하다 싶기도 하지만 극중 갈등요소로 필요한 장면이었다. 진봉이 세연에게 ‘아픈 당신에게 무섭지 않냐고 말하지 못한 건 내가 더 무섭기 때문’이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깊게 공감했다. 만약 나한테 아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덜컥 겁이 났다. 영화를 찍으며 아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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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뮤지컬...대학시절 친구들과 원없이 춤추고 노래불러

‘인생은 아름다워’는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인기 대중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를 표방한다.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조조할인’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신중현의 ‘미인’,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다행이다’, 유희열의 ‘뜨거운 안녕’ 80년대부터 2000년 초반을 수놓은 대중가요 14곡이 관객의 추억을 자극한다.

과거 넌버벌 뮤지컬 ‘난타’에서 활약한 류승룡은 노래를 직접 부르는 것은 물론 안무에 맞춰 춤을 춘다. 2004년 안방극장과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긴 후 좀처럼 무대에 설일이 없던 지천명의 배우에게 쉽지 않은 과제였다. 영화 촬영을 위해 18년만에 노래 연습과 춤연습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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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가장 오랜 시간 준비한 것 같다. 후반작업도 장시간 걸렸다. 1주일에 2번씩 노래 연습을 했고 후시녹음까지 1년 여 넘게 걸렸다. 프로 가수들이 녹음하듯 한음 한음을 잡으며 녹음했다. 최백호 선생님의 ‘부산에 가면’을 부를 때가 가장 어려웠다. 박자와 호흡을 따라가려고 하다보니 ‘이래서 최백호구나’라는 경외심이 절로 들었다.”

‘미인’을 부를 때는 류승룡의 대학(서울예대) 동기들이 앙상블(주인공 뒤에서 춤과 배경을 만드는 역할) 배우로 출연했다. 류승룡은 “현직 뮤지컬 배우나 교수도 있다. 하지만 촬영할 때는 30년 전으로 돌아가 신나게 놀았다”며 “저 배우에게 저럴 때도 있었지, 하지만 저렇게 나이먹는다는 세월의 흔적이 관객의 공감대를 자아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극 중 세연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적는다. 류승룡은 “평소 하고싶은 일은 하고 살자는 신조이기 때문에 특별한 버킷리스트는 없다”고 자신했다.

“최근에는 고교생 아들과 몽골 트래킹을 다녀왔다. 단체 여행이었는데 함께 간 여행객들이 ‘이렇게 큰 아들과 함께 왔냐’고 부러워했다.(웃음) 내가 행복해야 한다. 늘 방전되지 않기 위해 좋은 경험을 통해 충전하며 연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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