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 여자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인삼공사-현대건설
2011~2012시즌 당시 인삼공사 소속의 몬타뇨.박진업기자

겨울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른 여자배구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더 나은 미래와 도약을 위해 한유미 KBSN 해설위원이 자신만의 배구생각을 이야기한다. V리그 출범부터 함께했던 레전드의 시선으로 여자배구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살펴보자. <편집자주>

현역 시절 수많은 외국인 선수를 경험했다. 정말 다양한 선수들이 있었다.

함께했던 선수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는 몬타뇨였다. 그는 올려주면 무조건 끝내준다는 믿음을 준 선수였다. 1년간 함께 뛰며 통합우승을 달성한 좋은 기억도 있다. 적으로 만나 상대할 땐 손이 닿지 않아 너무 짜증났던 게 생각난다. 워낙 뛰어난 선수라 자꾸 의존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기도 했다.

인성적으로는 케니 모레노가 정말 좋았다. 원래 외인은 동료, 특히 세터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 심지어 훈련 도중 시범을 보인 선수도 있었다. 이로 인해 세터와 대립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모레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떤 공을 올리든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해 동료들이 모두 신뢰했다. ‘팀 케미’에 정말 큰 도움이 됐던 외인이었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겸비한 선수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러시아 계열의 선수들은 다가가기 힘든 성향이 있었다. 무뚝뚝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성격으로 인해 맞춰가기 쉽지 않았다. 일부 외인은 국내 선수들을 무시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그걸 느끼는 순간 거리감이 생긴다. 당연히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팀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고 ‘나는 돈 벌러 왔다’라는 모습만 보이는 순간 신뢰가 깨지기도 한다. 반대로 인성은 좋은데 실력이 부족한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크다.

적응력이 뛰어난 외인도 많다. 몇 달만 생활해도 우리나라 선후배 문화를 파악하고 녹아드는 선수도 있었다. 언니라 부르기도 하고, 또래와는 말을 편하게 하는데 선배 앞에서는 말을 조심하는 선수도 있었다. 에밀리가 대표적인 선수였다. 그는 또래 선수들에게 배운 욕을 농담으로 아무렇지 않게 하는 성격 좋은 선수였는데 내 앞에서는 절대 욕을 하지 않았다. 연장자 앞에서 말을 가려야 한다는 한국의 문화를 잘 알았다.

외인에게 적응력은 반드시 필요한 능력 중 하나다. 실력이 있어도 적응하지 못하면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인지도가 낮은 외인이 뛰어난 실적을 남기기도 한다. 피지컬 영향도 있고, 스스로 성장하는 케이스도 있어 외인의 성공 여부를 확실히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감독들은 가능성을 많이 본다. 11월, 12월부터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후반기에도 많은 공을 때릴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성향도 중요하다. 국내 선수들의 텐션이 높으면 반대로 차분한 선수가 좋고, 국내 선수들이 조용한 편이면 텐션이 높은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 한다.

이번시즌에는 ‘구관이 명관’인 것 같다. 함께 훈련하지 못하고 선수를 뽑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우리나라가 안전하다는 인식 덕분에 라자레바, 루소 등 유명 선수들이 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즌 초반 분위기로는 지난시즌 뛰었던 선수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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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N 배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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