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형돈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한양대병원

[스포츠서울 | 홍성효기자]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80대 이상에서는 10%를 상회하는 인구가 이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부분 환자들은 협착증이 진행되는 수 년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병이 진행하여 심장이 압박을 받게 되면 실신, 호흡곤란,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발생한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2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며, 호흡 곤란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에 삶의 질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국형돈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중 하나인 TAVI시술의 최연소 오퍼레이터로 수많은 환자들의 일상복귀를 돕고 있다. 다음은 국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의 경우 좁아진 판막 사이로 피가 흐를 때 특징적인 심잡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의사의 청진 소견 및 임상 증상으로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고, 심장 초음파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확진하게 된다. 심장 초음파 상 관찰되는 혈역학적 지표를 통해 중증도를 평가하게 된다. 증상이 발생한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의 경우, 약물 치료로는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생존율 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판막을 교체해야만 한다.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TAVI)은 넓적다리에 있는 대퇴부 동맥을 통해 유도 철사를 넣어서 대동맥 판막을 통과시킨 다음, 철사를 따라 기존의 낡은 판막 내에 인공 판막을 끼워 넣는 시술이다. TAVI 시술시 사용되는 인공 판막의 확장 방법에 따라 풍선 확장형과 자가 확장형으로 분류된다. 시술은 보통 1시간 이내에 종료되며, 시술을 마친 환자들은 대부분 1주일 이내에 퇴원하고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

TAVI 시술은 기존 수술과는 달리 개흉술과 인위적인 심정지 등의 조치가 필요 없고, 전신 마취 없이도 시술을 짧은 시간 내에 진행 가능하여 비교적 위험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수술과 대등한 우수한 치료 성적도 수차례 증명된 바 있어 나이가 많거나, 지병으로 수술이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 유리한 치료법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TAVI 시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 풍선 확장형 TAVI 시술과 자가 확장형 TAVI 시술 모두 국내 최연소 독립 시술자 자격 및 국내 최연소 프록터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다. 프록터는 TAVI를 시행하는 전 세계 의사에게 환자 상태에 따른 치료 계획 및 시술 관련된 사항을 교육하고 TAVI 독립 시술 자격을 관리 감독하는 의사를 뜻한다. 프록터가 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적인 TAVI 시술 경험과 연구, 교육, 관리 능력을 검증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 현재 프록터로 인정된 의사는 10여 명 내외의 소수이다. 난 국내 TAVI 시술 태동기에 TAVI를 일찍 접하고, 아시아 최초/유일 바실리카 시술 등 선도적 시술 경험에 힘입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선진 시술을 마음껏 익히고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스승 유철웅 교수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본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병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실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또 확진을 위해서는 심장 초음파 검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실제 질환의 유병율보다 적게 진단되는 대표적인 저진단 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이제 심장 초음파가 급여화됐기 때문에, 검진 등 심장 초음파를 통해서 대동맥 판막 환자를 치료 가능한 시점에 발견할 수 있을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환자들도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생기면 나이 탓만으로 돌리거나 증상을 무시하지 마시고 꼭 심장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보시기를 당부드린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적절히 치료되지 않을 경우 매우 위험한 질환이지만, TAVI 시술을 통해 완치될 수 있다. TAVI 시술 후 대부분의 환자들이 증상의 즉각적인 개선을 경험하고, 이른 시간 내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장기적인 생존율의 개선도 이미 증명된 치료법이다.

TAVI 시술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시술이나, 국내에서 개발 생산된 인조 판막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국내 우수 의료기기 개발 업체들과 산학 협력을 통해 현세대보다 더 개선된 TAVI 인조 판막을 개발하고, 특수 상황에 필요한 맞춤형 TAVI 판막 개발법 등을 연구 중이다. 또 젊은 환자, 대동맥 판막 기형이 있는 환자, 무증상의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 등을 대상으로 TAVI 시술의 적응증을 넓히는 연구들도 진행 예정이다. 아울러 대동맥 판막 치환술의 진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1차, 2차 병원과 TAVI 센터 간의 효율적인 연계 프로그램 개발도 구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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