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_0536 1

na_0524 1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600:1의 경쟁률, 6개월에 걸친 심층 면접…

‘해피엔드’, ‘은교’를 만든 정지우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의 여주인공 강해림(26)의 말간 얼굴을 보면 왜 그가 ‘제2의 김고은’ 자리를 꿰찼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느릿느릿하지만 주관이 뚜렷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깊은 대화를 통해 강해림 안에 있는 주인공 김섬을 찾아낸 감독의 안목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썸바디’는 소셜커넥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다. 강해림이 연기한 김섬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개발자로 사람보다 사람을 잘 이해하는 앱 ‘썸바디’를 직접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앱을 매개로 살인사건이 잇따르자 연쇄살인마 성윤오(김영광 분)를 직접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현실이라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강해림은 “섬이의 대사에 공감가고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어려운 역할을 선뜻 “할 수 있다”고 나섰다.

“섬이는 평범하지 않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섬과 윤오의 관계에 공감했다. 섬이 역시 타인의 눈으로 봤을 때는 ‘조금 다른 사람’일테니. 윤오가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들끼리 만났을 때는 뭔가 강한 인연의 실로 이어져있지 않았을까 싶다.”

정지우 감독과 면접은 지난했다. 강해림은 감독과 첫 만남에서 살아온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털어놨다. 강해림은 “첫 만남에서 감독님이 우리가 찾는 배역과 비슷한 분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내 어투나 자주 사용하는 단어, 내가 짓는 표정과 행위에서 섬이를 보신 것 같다. 또 대본에서 섬이에 공감하는 모습에 역할에 낙점된 것 같다”고 말했다.

still_01

still_05

still_09

극중 윤오와의 베드신은 ‘29금 묘사’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인으로서 전라의 연기를 펼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였을 터다. 하지만 강해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생긋 웃었다.

“처음에는 몸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 운동을 할 여건이 안됐다. 현장이 너무 추워서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오히려 상대역인 김영광은 다이어트 때문에 전혀 안 먹었는데 나는 주는 족족 다 먹었다. 하하, 그래도 베드신은 만족한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체력적으로 힘든 것 외에는 모든 게 좋다.”

‘썸바디’ 공개 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평은 “네가 무섭다”는 반응이다. 그는 극 초반부터 사고를 당한 길냥이를 칼로 죽이는 등 감정이 없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강해림은 “고양이 인형으로 촬영한 뒤 CG처리한 것”이라며 “나도 애묘인”이라고 강조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의 뜻에 따라 경성대학교 음대에 진학했지만 음악에 별 뜻이 없었다며 2016년 미스코리아 ‘부산·울산 진’이 된 뒤 연기자 제의를 받고 자신의 배우로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학교를 자퇴하고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처음에는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지내는 게 마냥 좋았지만 이내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의 어려움을 깨달았다.

na_0462 1

na_0496 1

오디션 기회조차 없어 가뭄에 콩 나듯 몇 개월에 한 번씩 오디션을 치렀던 그는 웹 예능 ‘연애의 참견’의 재연녀로 연기자로서 발판을 마련했다. 이 기간은 아르바이트와 ‘엄카’(엄마카드)로 생활했다며 묵묵히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부모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썸바디’ 공개 후 프랑스, 스위스, 타이완, 일본 등 전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팬들의 댓글을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차기작도 공포물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확실히 신인배우로는 범상치 않은 소망이다.

“주위에서는 ‘썸바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영화 ‘랑종’같은 공포물이나 스릴러물에 출연하고 싶다. 우선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일을 많이 하고 싶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판타지오, 넷플릭스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