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으로 복귀하는 김민재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14일 오후 소속팀으로 복귀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소속팀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복귀한 ‘괴물 수비수’ 김민재는 출국 전 취재진에 “일본이 부럽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주역 구실을 하고도 미디어 앞에서 말을 아껴온 그는 작심한 듯 한국 축구가 거듭나야 할 부분을 짚었다.

김민재가 뜻밖에 ‘이웃나라’ 일본을 언급한 건 국가대표팀 경쟁력의 커다란 축을 이루는 유럽리그 소속 선수 비중이 늘어나기를 바라서다. 카타르까지 월드컵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한 일본은 이번 최종 명단 26명 중 19명이 유럽파였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23명 중 14명이나 됐다. 반면 한국은 카타르에서 8명, 러시아에서 5명이었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처럼 특급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빅리그를 누비는 선수 수에서는 2000년대 들어 일본에 늘 밀렸다. 단순히 빅리그를 떠나 유럽 중소리그에 도전하는 수도 일본이 크게 압도했다. 선수 의지 문제도 있지만, 병역 문제 등 한국 선수에게 놓은 현실적 장애물도 있다. 다만 김민재가 지적한 부분은 K리그 구단의 협조다. 선배 세대와 비교해 최근 여러 구단이 선수 해외 진출에 공감하며 양보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이적료 책정’ 등 장애물을 놓는다는 얘기다. 그는 “(K리그 선수가 유럽갈 땐) 구단과 풀어야 할 게 많다. 이적료도 비싸다. 감히 한마디 하자면 유럽 팀에서 제안이 온다면 좋게 잘 보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토] 김민재 \'언제나 미소\'
카타르 월드컵대표팀 김민재(가운데)가 지난달 17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김민재가 던진 또다른 화두는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4년 보장’이다.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 후임 얘기에 “믿어줘야 한다”면서 “오랜 기간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입힐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결과를 내야지만 실패하는 경우에도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 사령탑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건 김민재 뿐 아니라 황인범, 백승호, 이강인 등 2026 월드컵 중심 세대 모두 같은 생각이다. 한국 축구는 세계 무대에서 변방으로 지내다가 2002년 한·일 대회 4강을 기점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월드컵 주기 4년’ 계약을 모두 채우고 떠난 건 벤투 ‘1명’에 불과하다. 이전 사령탑은 나란히 아시안컵이나 월드컵 최종 예선 등 본선을 향하는 과정에서 성적 부진으로 중도 하차했다. 월드컵 본선 탈락 위기에 놓였던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을 제외하면 대체로 ‘국면 전환용’으로 자르고, 대체자를 선임하는 일이 잦았다.

여러 선수가 벤투 감독 체제에서 4년을 보내면서 장기적 관점의 사령탑 선임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 본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이청용(울산)도 “확실히 한 감독 밑에서 같은 축구를 해와서 그런지 우리 선수들이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편하게 뛰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월드컵 호성적으로 차기 사령탑은 내년 예정된 아시안컵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KFA)가 벤투 감독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1(아시안컵)+3년’안을 제안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이번 월드컵은 선수는 물론 팬도 새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김민재의 ‘믿어줘야 한다’는 발언은 그래서 더 간절하게 들린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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