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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축구회관에서 발언하고 있다.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시스템 없던 과거로의 회귀다.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발언으로 외국인인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선임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감독은 “전력강화위원장에 독일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문이 들었다”라며 “과연 한국 지도자 역량을 얼마나 알까.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해서 정확하게 평가를 할 수 있을까. 협회가 위원장을 선임할 때 ‘외국 감독을 뽑기 위해 선임했나’라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뮐러 위원장 선임을 비판한 것이다. A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대대표팀까지 살피는 위원장의 역할을 고려하면 분명 생각할 지점이 있는 발언이다.

다만 현재 전력강화위원회의 문제의 핵심은 위원장의 국적에 있는 게 아니다. 과거 잘 유지됐던 시스템, 집단 지성의 힘이 실종된 게 더 문제다.

현재 말레이시아를 이끌고 있는 김판곤 감독이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할 때만 해도 위원회는 존재의 의미가 명확했다. 위원장은 감독 선임의 모든 과정을 위원들과 공유하며 개인이 아닌 집단의 판단과 결정으로 인사하는 데 주력했다.

위원장 한 명의 생각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대표성을 갖는 축구인들과 함께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확립했다. 이 방식은 협회 내외부에서 호평을 받았다. 당연히 위원회는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라는 인식도 따라왔다. 실제로 이때 선임한 파울루 벤투(A대표), 김학범(23세 이하), 콜린 벨(여자A) 등 여러 감독들이 성과를 냈거나 내는 등 실적도 좋았다.

당시 위원으로 일했던 한 축구인은 “선임 작업에 돌입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을 위원장과 위원들이 함께했다. 위원들이 후보를 추천하기도 하고, 서로 장단점을 평가하며 후보를 결정했다. 위원장은 협상 방법부터 과정까지 모든 것을 위원들에게 알렸다. 어떤 후보와 왜 협상에 실패했는지까지 공유했다”라며 “늘 우리 의견을 존중했다. 혹시라도 취합이 안 될 경우에는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며 방향을 제시했다. 절대 독단적으로 한 적은 없다”라고 증언했다.

지금은 다르다. 현재 뮐러 위원장은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과 A대표팀 감독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가 제시한 선임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지만 위원들은 후보와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는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는 게 위원회 사정에 밝은 복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략적인 선임 과정 브리핑을 하고 의견을 들었을 뿐, 어떤 후보가 괜찮은지, 언제, 어떻게 협상하는지는 위원장과 협회 수뇌부 일부만 아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전력강화위원회는 기능과 그 의미를 상실한 셈이다.

이로 인해 위원회 내부에서도 협회 일처리 방식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분위기다. 협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일부 위원들은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럴 거면 왜 위원으로 위촉했는지 모르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사실상 들러리라고 생각하는 위원들도 있다”라며 “전임 위원회와는 일처리 방식이 너무 다르다. 결국 과거처럼 한 두 명의 결정으로 대표팀 감독을 결정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원활한 협상을 위한 보안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감독, 우리에게 맞는 지도자를 데려오는 것이다. 이게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데 현재 협회는 우선순위가 뭔지 모르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뮐러 위원장의 독일, 유럽 네트워크 활용을 극대화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지도자를 찾기 위해서는 과거 위원회처럼 집단의 논의와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애초에 외국인인 뮐러 위원장이 국내 위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협회 내부에서 이를 위해 에너지를 썼어야 하는데 현재 조직에서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뮐러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협회가 어떤 감독을 영입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이제 협회의 인사 시스템은 실종됐다는 사실이다.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가 소수의 판단에 의존하게 된 의사결정 방식이 한국 축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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