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41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자 야구는 프로야구가 성장한 41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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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여자야구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한시율(오른쪽)이 사유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화성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화성=황혜정기자] “언니들이랑 야구 하니까 재밌어요!”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화성드림파크구장에서 열린 2023년도 여자야구 선발전. 2008년생 최연소 참가자 한시율(15)에게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소감을 묻자 “남학생들과 함께 야구를 해오다가 처음으로 언니들과 함께 하니 재밌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표팀 양상문 감독도 눈여겨 보고 있는 ‘특급 재능’ 한시율은 천안동남구 리틀야구단에 입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1년밖에 뛰지 못한다. 여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면 리틀 야구단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마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른바 ‘김라경 특별법’(리틀야구 나이 제한을 여자 선수에 한해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으로 연장)으로 불리는 이 법은 리틀 야구 졸업 이후 중학교 야구단에 입단할 수 없는 여학생에 한해 리틀 야구단 소속 기간을 중학교 3학년까지 연장 할 수 있는 제도다. 여자야구 최초의 기록을 쓰고 있는 김라경(23·서울대)이 리틀 야구단에 있을 당시 중학교 2학년이 되자 갈 팀이 없어지면서 만들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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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여자야구 국가대표 선발전. 화성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한시율은 그나마 1년간 몸 담을 곳이 있지만, 올해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가는 양서진(16)은 갈 곳이 없어졌다. 세종시 리틀야구단에 소속되며 리틀야구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치며 또래 남학생에 뒤쳐지지 않는 뛰어난 기량을 증명한 그지만, 지금부터가 고민이다. 양서진의 어머니는 “서진이가 이번 선발전을 준비하면서 운동할 곳이 없자, 리틀야구 감독님께서 여기 와서 준비하라고 배려해주셨다”고 전했다.

양서진은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프로 여자야구 선수로의 꿈을 키우고 있는 양서진이 지속해서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데 국내 현실상 쉽지 않다. 양서진이 갖고 있는 선택지는 또래들과 함께하는 엘리트 야구부가 아닌 연령대가 다양한 사회인 야구 동호회에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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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외야수 손가은(가운데)과 화성시 리틀야구단 선수들. 화성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손가은(17)은 지난해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되는 영예를 누렸다. 화성시 리틀야구단 출신인 그는 고등학생이 되자 리틀야구를 떠나 대한민국 유일의 여자야구 주니어 팀인 ‘당진 주니어 야구단’에 입단했다. 그곳에서 또래 언니, 동생들과 함께 야구하며 기량을 꽃피웠다. 그런데 지난해 말, ‘당진 주니어’가 예산 등 여러 이유로 해체되자 손가은은 여자야구 사회인 동호회로 팀을 옮겼다.

현재 ‘당진 주니어’ 소속 선수 중 어떤 선수는 실업팀이 있는 소프트볼로 종목을 바꿔 떠났고, 몇 명은 사회인 동호회로 적을 옮겼다. 나머지 선수들은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 중이다.

대한민국 유일의 여자야구 주니어 야구단이 해체되자,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이 황급히 나섰다. 연맹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한 ‘주니어 여자야구단’을 창단하려고 분주히 준비 중이다. 지난 17일부터 선수 지원서 접수를 받기 시작했으며 충원시까지 상시 모집된다. 주니어 야구단을 이끌어갈 유능한 지도자 역시 지원서를 받고 있다.

WBAK 황정희 회장은 주니어 야구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회장은 “유망주들이 성장하려면 동호회에서 주1회 2시간씩 취미 야구가 아닌 또래 선수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간 그런 환경이 마련돼 있지 못했다”며 “이르면 3월 말 창단될 주니어 팀은 연맹의 지원 하에 체계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야구를 처음 해보는 여학생부터 또래들과 야구를 꾸준히 하고 싶은 여학생들의 많은 지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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