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인터뷰하는 이정후
비행기 기체결함으로 예정보다 귀국이 늦어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이정후가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인천공항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인천공항=윤세호기자]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미국행이었다. 이례적으로 1월초부터 미국 LA로 떠나 개인훈련에 임했고 이후 소속팀과 대표팀에 합류해 훈련을 이어갔다. 타격 메커닉을 크게 수정했는데 훈련 과정에서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귀국길에는 비행기 결함에 따른 변수와도 마주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외야수 이정후(25)가 길었던 미국 훈련을 마치고 합류한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약 두 달 동안의 미국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1월초부터 한 달 동안 LA에서 MLB 스타일의 훈련을 습득하고 실행했고 타격폼을 이전보다 간결하게 바꿨다. 1월말에는 애리조나 스코츠데일로 이동해 키움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했다. 그리고 2월 중순에는 애리조나 투산에서 대표팀 선수들과 WBC를 준비했다.

대표팀 애리조나 훈련을 마친 이정후는 당초 이날 오전 5시경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애리조나에서 LA로 향하는 비행기가 기체결함으로 운행되지 않는 변수와 마주했다. 결국 애리조나에서 LA까지 버스로 이동했고 예정된 시간보다 12시간 뒤에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려 35시간이 걸린 귀국길이었다. 다음은 귀국 후 이정후와 취재진 일문일답.

-어렵게 한국으로 돌아온 소감은?

빨리 씻고 싶고 저녁도 먹고 싶다. 지금은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 생각 밖에 없다.

-먼저 도착한 양의지가 뒤에 오는 선수들을 걱정하더라.

나는 그래도 젊어서 괜찮다. 형들이 힘들 것 같다. 이동 시간이 길었고 공항에서 대기 시간도 너무 길었다. 그런 것 빼고는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하고 즐겁게 왔다.

-버스가 불편했다는 얘기도 들렸는데.

처음에 LG에서 지원해준 버스는 편했다. 중간에 갈아탄 버스가 조금 불편했는데 그래도 갈아탄 시간이 새벽이라서 좀 잤다.

-미국에서 개인 훈련도 하고 소속팀, 대표팀 훈련도 했다. 돌아보면 어땠나?

일단 부상없이 모든 훈련을 소화한 게 가장 큰 소득 같다. 다른 건 아직 잘 모르겠다. 아직 실전이 부족한 면이 있다. 한국에서 경기가 있고 일본에서도 두 경기가 있기 때문에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까지 애리조나 간 것 중에 날씨가 가장 안 좋았는데 익숙한 고척돔에서 훈련하면서 더 컨디션을 올리겠다.

이정후, 합동훈련 마치고 귀국
비행기 기체결함으로 예정보다 귀국이 늦어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이정후가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 | 연합뉴스
-대표팀 타자들의 타격감이 많이 올라왔다고 하는데 이정후 선수가 느끼는 현재 타격감은?

동료 타자들은 타격감을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나는 아직 공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있다. 사실 형들 걱정할 게 아니라 나부터 걱정해야 한다. 공부터 똑바로 맞히겠다.

-내일부터는 김하성과 에드먼이 합류해 대표팀이 완전체가 된다. 기대가 클 것 같다.

기대가 크다. 완전체가 된 상태로 함께 운동해서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고척에 가니까 설레는 마음도 있다.

-바뀐 타격폼은 어느 정도 완성된 것 같나?

사실 한 번도 안 해본 타격폼으로 하고 있어서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바꾼 폼 안에서 편한 부분을 찾고 있다. 미국에서 어느 정도 편한 부분을 만들어서 한국에 왔다. 그 부분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선수가 된 후 가장 오랫동안 외국에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 가장 오래 있었다. 그래도 버틸만 했다. 내게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곧 WBC 대회다.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팬분들이 많이 기대해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 기대에 걸맞는 멋진 플레이 보여드리겠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미국에 다시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 경기 호주전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열흘 정도 남았는데 남은 열흘 잘 준비해서 호주전 잘하고 한일전에서도 멋진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WBC에서 상대하고 싶은 투수가 있나?

메이저리그 투수와 만나고 싶은데 이를 위해서는 한일전을 제외하면 미국까지 가야 한다. 다른 나라들과도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한국도 좋은 투수가 많다. 우리도 강하니까 어떻게든 미국까지 가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치고 싶다.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이정후
비행기 기체결함으로 예정보다 귀국이 늦어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이정후가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다. 인천공항 | 연합뉴스
-김하성과 에드먼 키스톤 콤비와 함께 하게 된 소감은?

나도 예전에 내야수를 했기 때문에 내야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중견수로서 앞에 좋은 선수들이 있다는 게 정말 든든하고 대표팀에도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귀국하는 과정에서 김하성과 나눈 얘기가 있을 것 같은데.

원래 나는 하성이형보다 먼저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였다. 이전에 하성이형이 함께 가자고 했는데 먼저 가서 머리도 자르고 준비하고 있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결국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됐다. 하성이형이 비행기에서 ‘처음부터 같이 가지 그랬냐’고 장난식으로 얘기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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