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포토타임 갖는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안길호 감독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 안길호 PD가 지난해 12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학교폭력의 끔찍한 참상과 그에 대한 사적복수를 신랄하게 다루며 전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안길호 PD가 학폭 가해자였다는 폭로가 나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10일 기대 속에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던 날 터져나온 폭로로 지난해부터 배우, 가수 등 연예인을 중심으로 터져나온 학폭 의혹이 이번엔 스타 PD까지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안PD는 JTBC ‘비밀의 숲’(2017)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9) tvN ‘청춘기록’ (2020) 등 숱한 화제작을 선보인 유명 연출자다.

게다가 ‘더 글로리’의 이례적 흥행을 이끌며, 학폭이 얼마나 심각한 사회문제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런 진정성 덕분에 학폭 가해자를 향한 ‘공소시효’ 없는 무참한 응징을 담은 ‘더 글로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시청자들의 열광적이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드라마를 연출한 당사자가 학폭 가해자라는 의혹이 나오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당혹감을 안기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의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헤이코리안’에는 1996년 필리핀에서 안 PD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A씨의 글이 올라왔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다는 A씨는 자신의 동급생 B씨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안PD와 교제 중이었고, 이를 이유로 B씨를 놀렸다가 안 PD와 그의 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PD는 “필리핀에서 1년여간 유학을 한 것은 맞지만 한인 학생들과 물리적인 충돌에 엮였던 적은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과 달리 당시 필리핀에서 유학했던 사람들의 제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씨의 동급생들은 “맞은 애들이 심하게 다쳤고, 안 PD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당시 크게 화제가 되고 소문이 퍼졌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 PD의 전 여자친구 B씨 역시 “(A씨가) 폭행 당할 정도로 심한 놀림이 아니었다”고 말해 A씨의 폭로에 힘을 실었다.

더글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정지소.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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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송혜교. 제공|넷플릭스

학폭 논란은 최근 들어 한국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 예능 출연자를 중심으로 숱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공교육이 무너진 대한민국 학교에서 얼마나 학폭이 만연하고 있는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사회현상이다.

지난달에는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흥행 1위에 오른 넷플릭스 ‘피지컬 : 100’의 출연자 김다영이 학폭 폭로에 고개를 숙였고, 최근에는 MBN 트로트 예능 ‘불타는 트롯맨’의 유력 우승 후보였던 황영웅이 과거 상해전과와 학폭 폭로까지 더해지며 최종 결승전을 앞두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배우 박혜수, 지수, 김동희, 심은우, (여자)아이들 수진 등 숱한 스타들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받으며 방송에서 하차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출연자에 이어 제작진까지 학폭 논란에 휩싸이면서 각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진정성의 문제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한 방송 관계자는 “‘더 글로리’는 학폭이 피해자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이며 개인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는 사실을 조명한 작품인데 이를 만든 제작진의 학폭 의혹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다면 작품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고, 훗날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학폭 폭로는 “가해자가 유명해져 TV에 나와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학폭 가해자가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 글로리’에서 기상캐스터가 된 박연진(임지연 분)에게 학폭 피해를 입은 문동은(송혜교 분)과 사망한 윤소희의 유족들은 뉴스에서 박연진을 볼 때마다 고통을 겪는다.

다만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에 대한 ‘마녀사냥’은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배우 기획사 관계자는 “학폭 이슈는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온라인을 통해 신빙성 없는 폭로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학폭은 양측 기억과 주장만으로 현재 시점에서 당장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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