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호
가수 박현호. 제공 | 에스팀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오빠 아직 살아있다 나 아직 살아있어/가슴은 화산처럼 은빛 정열의 사나이’(남진 ‘오빠 아직 살아있다’ 中)

경연에서 가수 박현호(31)가 선곡한 이 노래엔 ‘데뷔 10년차’인 그의 인생 그래프가 담겨있다. 긴 무명시절을 보낸 박현호의 지난 10년은 ‘도전’과 ‘좌절’, 그리고 다시 ‘시작’이란 세 단어로 설명된다.

반복되는 도전과 실패, 좌절을 맛보며 가수의 꿈을 저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다시 일어섰다. MBN ‘불타는 트롯맨’(이하 ‘불트’) 출연 이후 “노력하면 되는구나를 느꼈다”는 박현호는 무대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다시 한번 ‘도전할 용기’를 얻은 그는 ‘불트’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지난 7일 종영한 ‘불트’에서 최종 10위를 차지하며 ‘톱13’에 이름을 올린 박현호는 방송에서 69번 가수로 첫 등장해 박상철의 ‘꽃바람’을 선곡하고 수준급 휘파람 실력까지 뽐내며 합격인 13불 중 12불을 받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69번 휘파람’으로 눈도장을 찍은 박현호는 “남들과 차별화된 점, 뭐 하나라도 특출나게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게 휘파람이었다. 즉흥적으로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웃었다. 이후 남진의 ‘오빠 아직 살아있다’는 물론 ‘트롯파이브’ 멤버들과 화려한 퍼포먼스도 선보이며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는 박현호는 라운드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경연을 마친 박현호는 “속이 후련하고 한편으로는 아쉽다”며 “많은 동료가 생겨서 기쁘고 값진 경험을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박현호
가수 박현호. 제공 | 에스팀

박현호는 ‘서궁’이란 이름으로 지난 2013년 그룹 탑독의 메인보컬로 데뷔해 ‘독스 아웃(Dogg’s out)’, ‘아라리오 탑독’ 등 앨범을 발표하고 사랑받았다. 하지만 2015년 1월 팀을 탈퇴, 홀로서기를 시작했고 2016년에 ‘아임(I’M)’이라는 이름으로 첫 싱글 ‘트라이(Try)’를 발표하기도 했다.

솔로로 큰 주목을 받진 못한 그는 2018년 3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전역 후 박현호는 본격적으로 트로트를 시작했다. 2021년 본명인 박현호로 ‘돈돈돈’을 발매하고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다. 지난해 MBC ‘편애중계’에서 제대 후 복귀 신고식을 치렀고, 또 같은해 12월 방송된 KBS2 ‘트롯전국체전’에서 트로트 가수로 도전을 이어갔다.

박현호
가수 박현호. 제공 | 에스팀

‘불트’가 세 번째 트로트 경연이라 부담감은 많이 덜었지만, 오히려 그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 건 퍼포먼스였다. 그는 “힘들어서 죽을 뻔했다. 탑독 때는 13명이어서 제 파트가 길어야 10초였는데, 혼자서 3분 30초 동안 춤과 노래를 하려니 숨이 안 쉬어 지더라”라며 “처음엔 제 약점을 드러내는 느낌이어서 위축됐는데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제가 걸그룹 춤도 잘 춘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웃어보였다.

시청률 상승 곡선을 달리던 ‘불트’는 황영웅이 각종 폭행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오롯이 경연 준비를 한 출연진들이 피해를 입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현호는 “(논란이 나왔을 때가) 경연 중이었고, 경연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논란 자체도 잘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하루하루 연습하고 다음 무대를 해야 하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쟁쟁했던 출연자들 속에서 박현호는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로 우승자 손태진을, 동기부여를 해준 인물로 톱13에 이름을 올린 전종혁을 꼽았다.

그는 “솔로로 활동하면서 발라드, R&B를 주로 부르다 보니 소리가 답답하고 소위 ‘먹는 소리’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태진이 형이 소리 내는 법을 잘 알려주셨다”면서 “(전)종혁이는 동생이지만 끈기와 열정을 배웠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현호
가수 박현호. 제공 | 에스팀

데뷔 후 10년간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낸 박현호는 어느덧 30대가 됐다. 전역 후 새 출발을 알린 ‘돈돈돈’ 활동이 끝나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했다는 그는 “‘나는 트로트를 해도 안 되는구나’ 좌절했다. 많은 시도를 했는데 대중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목소리가 대중에게 통하지 않는 목소리인가 싶어서 연예인을 그만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평범한 직장생활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실패란 결과보다 견디기 힘든 건 공백기였다. “쉬는게 제일 싫었다. 쉴 때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늘 불안했다. 몇 번의 실패를 하다 보니 실패에 대해 두렵진 않다. 그런데 다음 새로운 도전을 위한 혼자만의 싸움의 시간들이 계속 반복되니 그 모든게 괜히 제 탓 같이 느껴져서 힘들었다.”

박현호
가수 박현호. 제공 | 에스팀

긴 무명시절을 지나 30대에 새로운 빛을 보고 있는 박현호는 새로운 도전이었던 ‘불트’로 솔로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더 큰 날개를 펼칠 준비를 마쳤다. 박현호는 오는 4월 서울 KSPO DOME에서 ‘불타는 트롯맨’ 전국투어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탑독 활동 당시 했던 해외 콘서트가 그리웠다는 그는 7년만의 콘서트에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뜨거운 함성과 무대에 섰던 제 자신이 그리웠다. 그 떨림과 긴장감이 좋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가수로서 활동 뿐만 아니라 연기와 예능, 유튜브 등 다채로운 방송 활동을 통해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박현호는 “사실 유치원 때 캘린더 모델을 했다”고 웃으며 “화보도 찍고 싶고 연기도 해보고 싶다. 어디에 놔도 잘 어울리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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