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GOLF TOURNAMENT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리비에라CC에서 열린 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한 뒤 한 손을 놓은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LA(미 캘리포니아주) | EPA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호쾌한 장타는 청량감을 준다. 장타자는 아웃오브바운스(OB) 우려에도 빨랫줄처럼 뻗어가는 타구를 포기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골퍼의 로망인 ‘350야드 장타’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포함한 프로무대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세계골프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비거리 억제를 위한 칼을 빼들었다. 양 기관은 15일(한국시간) 성명을 발표하며 ‘프로 선수가 사용하는 공 성능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골프공이 시속 127마일(약 204.4㎞)의 스윙스피드로 때렸을 때 317야드(약 290m) 이상 날아가지 않도록 2026년까지 규정을 바꾸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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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가 13일(한국시간)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PGA투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캐디에게 공을 던져주고 있다. 폰테베드라 비치(미 플로리다주) | AFP 연합뉴스

2003년 PGA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약 286야드였다. 20년이 지난 올해는 287.2야드인데, 83명이 300야드 이상 보낸다. 20년 전 아홉 명에 불과한 것에 비해 비약적인 증가다. 평균 스윙 스피드는 시속 115마일이지만, 130마일을 웃도는 선수도 없지 않다. PGA투어 선수이사인 로리 매킬로이는 시속 122.5마일의 스윙 스피드로 평균 327야드를 보낸다. R&A와 USGA가 그리는 마지노선에 해당하는 기량이다.

팬에게는 장타가 매우 매력적인 관전포인트이지만, 골프장은 늘어나는 전장 탓에 유지·보수비용과 환경오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다. 대회 운영 주체로서는 골프장이 임대에 난색을 보이는 것만큼 곤란한 상황이 없다. 경기를 하려면 필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공 제조 업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정상적인 대회’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게 R&A와 USGA의 생각이다. 볼 성능을 제어하면, 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의 드라이버 티샷 거리가 15야드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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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는 드라이버 평균비거리가 325야드에 달한다. AP 연합뉴스

비거리 제한은 골프 본질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양 기관은 2020년 비거리 증가는 골프에 해롭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다양한 골프클럽을 필요로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장타자는 드라이버와 웨지, 퍼터로 홀(파4 기준)을 마감할 수 있다. 티샷으로 290m가량 때려내면, 홀까지 100여m 남는다. 피칭웨지 등으로 샷을 컨트롤하니, 변수도 사라진다. 드라이버와 퍼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니, 다양한 클럽으로 다양한 퍼포먼스를 내는 골프의 본질이 훼손된다는 게 R&A와 USGA의 주장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야구공은 반발계수를 조절할 수 있지만, 골프공에 비해 소모되는 빈도가 낮다. R&A와 USGA는 8월까지 의견을 수렴해 규정 개정 작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볼을 새로 개발해야 하고, 대량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 최소 3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어서, 규정이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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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 AFP 연합뉴스

PGA투어는 “이 사안에 대해 광범위하고 독립적인 검토를 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비거리 제한을 둘러싼 R&A와 USGA의 드라이브에 골프계가 출렁이고 있다.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 제한이나 볼 반발계수 감소가 현실성이 있는 제도인지에도 의문부호가 찍힌다. 선수들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제한하려면, 차라리 일부 클럽 재질을 나무로 변경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도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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