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웅희기자] 캐롯 이정현(24)이 또 성장했다. 캐롯 김승기 감독의 기대대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했다.

이정현은 지난 4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3점슛 4개 포함 34점을 넣으며 86-79 승리를 이끌었다. 내외곽을 넘나들며 현대모비스 코트에 맹폭을 퍼부었다.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기고 환상적인 골밑 돌파로 쐐기 득점을 기록한 장면은 이날의 백미(白眉)였다. 에이스라 칭하기 부족함 없는 활약이었다.

김 감독은 6강 PO 1차전을 마치고 “이정현이 후반처럼 해줬다면, 경기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소극적이었던 1차전과 달리 2차전에선 적극적인 돌파를 통해 차곡차곡 득점하며 캐롯 공격 선봉에 섰다. 조금의 틈이라도 있으면 파고 들며 현대모비스 수비에 균열을 만들었고, 돌파할 공간이 없으면 백스크린 등을 받아 3점포도 쏘아 올렸다. 김 감독의 말처럼 이정현이 활약하니 반격에 성공했다.

전성현의 이탈 속에 PO에 들어간 캐롯은 이정현을 바라봤다. 김 감독은 “어쩔 수 없다. 이정현과 로슨이 해줘야 한다. 이정현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야 한다.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PO 1차전에서 이정현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점수 차가 벌어지자, 외곽포에 의존했다. 조급했고 공간을 보지 못했다. 경험 부족이었다. 그러나 2차전에선 달랐다. 돌파를 할 때, 외곽슛을 던질 때의 타이밍이 적절했다. 이정현이 신바람을 내자, 로슨과 동료들도 힘을 냈다.

김 감독은 캐롯 사령탑에 앉은 뒤 이정현 조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확실한 가드가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지론 때문이다.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 이재도(LG) ,그리고 이재도 이적 후 변준형을 주전 가드로 낙점해 성장시킨 배경이다.

팀의 주전 슈터 전성현 없이 PO를 치르는 현실은 캐롯을 답답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정현이 가시밭길을 밟고 이겨내며 한층 더 성장하고 있다. 김 감독이 바라던 바이기도 하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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