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정다워기자] “언니들이 체력 관리를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준 시즌이다.”

한국도로공사 미들블로커 배유나는 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승리한 후 체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모두가 우리 체력을 걱정했다. 정규리그 36경기를 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버텼다. 어린 친구들보다 체력이 안 좋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베테랑들의 체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국도로공사는 주전급 대부분이 30대 이상인 ‘고령팀’이다. 1981년생인 정대영은 이미 불혹을 훌쩍 넘겼고, 1986년생 임명옥, 1989년생 배유나, 1992년생 문정원, 1993년생 박정아까지 모두 30대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 캣벨도 박정아와 나이가 같다. 세터 이윤정(1997년생)이 주전 중 유일한 20대일 정도로 나이가 많은 팀이다. 흥국생명에도 김연경과 김해란 같은 베테랑, 혹은 노장이 있지만 평균연령은 한국도로공사를 따라올 수 없다.

높은 평균연령으로 인해 한국도로공사는 챔피언결정전의 주인공이 되기 어려워 보였다. 정규리그 성적만 봐도 흥국생명이 1위, 한국도로공사가 3위라 전력 차이도 나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한국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 두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흥국생명이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는 1~2차전에서 완패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 내용 자체가 흥국생명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만큼 반전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예상을 깨고 한국도로공사의 언니들은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한국도로공사는 3~5차전에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매 세트 뒤지는 순간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하며 승리하기를 세 경기에서 반복했다. 5세트까지 간 5차전에서도 한국도로공사는 승리했다. 배유나의 말대로 체력이 부족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비단 한국도로공사의 언니들만 강했던 셌던 것은 아니다. 흥국생명의 김연경과 김해란도 이번 시리즈에서 찬란하게 빛난 베테랑들이었다. 김연경은 MVP급 활약을 펼쳤고, 리베로 김해란도 화려한 디그쇼로 챔피언결정전을 수놓았다.

베테랑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확인한 챔피언결정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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