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사라졌던 거대한 조각이 돌아왔다. 아직 연투가 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할나위없는 지원군이다. 개막 후 수차례 불펜 구성에 변화를 준 것을 돌아보면 더 그렇다.

LG 마무리투수 고우석(25)이 1군에 합류했다.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개막 후 처음으로 1군 동료들과 훈련했고 18일에는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계획이다. 18일 잠실 NC전이 올시즌 첫 1군 경기가 될 수 있다.

100% 컨디션은 아니다. 당초 지난주 2군에서 3경기를 소화할 계획이었는데 미세먼지와 우천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다. 지난 11일 KT전, 15일 KIA전만 등판하고 1군으로 돌아왔다. 당장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오를 수는 없으나 9회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할 계획이다.

현재 LG 불펜을 세밀하게 돌아보면 천군만마다. 평균자책점은 좋지만 늘 고민 속에서 불펜을 운영해왔다. 불펜 평균자책점 3.55로 이 부문 3위. 하지만 세이브가 하나 밖에 없고 블론세이브가 4개에 달한다.

임시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던 이정용이 시즌 첫 등판부터 흔들렸다. 고우석과 함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한 셋업맨 정우영은 캠프 기간이었던 2월보다 구속이 떨어진 상태다. 3연속경기 무실점 피칭을 한 백승현은 어깨 근육 손상으로 지난주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변화와 조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당초 롱릴리프로 기용할 계획이었던 신인 박명근은 최근 중요한 상황에서 1이닝을 던진다. 편한 상황에서 1군 무대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해온 유영찬도 최근 필승조 테스트를 받듯 접전에서 등판했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9회 세이브 상황이었다. 이정용이 고전하면서 이정용과 정우영, 함덕주, 김진성 등을 마무리 후보군으로 놓고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택했다. 투수의 컨디션과 상대팀 타순 등을 고려해 매일 경기 후반 불펜 운영계획을 새롭게 세웠다.

그래도 한계와 마주했다. 지난 11일 사직 롯데전, 16일 잠실 두산전 모두 필승조 라인이 역전을 허용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롯데전은 수비 실책, 두산전은 체크 스윙을 두고 아쉬운 심판의 판정도 있었으나 최근 몇 년 동안 LG는 악재 속에서도 리드를 지키곤 했다. 매년 경기 중후반 리드시 높은 승률을 유지해왔다.

염경엽 감독의 시즌 구상에도 강한 불펜이 중심에 자리했다. 리그 최고 필승조 라인을 갖춘 것을 활용해 또 하나의 필승조를 구성하는 계획도 머릿속에 넣었다. 박명근, 백승현, 유영찬이 시즌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선발투수 이민호도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해 불펜진에서 선발진 한 자리를 채워넣어야 했다.

3월 중순 고우석의 MRI 검사 결과를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악재가 연달아 발생하다가 모처럼 반가운 복귀 소식이 찾아왔다. 고우석이 9회를 책임지면, 보다 유연하게 6, 7, 8회를 대처할 수 있다. 필승조 투수들도 자연스럽게 부담을 던다. 이정용은 지난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세이브를 올린 후 “다음주에 고우석이 오면 앞으로 좀 편할 것 같다. 나도 모르는 마무리 부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지난해 61경기 60.2이닝을 소화하며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했다. WHIP(이닝당출루허용률) 0.96으로 상대의 역전 희망을 꺾은 채 승리를 완성하는 모습이 많았다. 정상 컨디션의 고우석이라면 엇갈렸던 LG 불펜진 톱니바퀴도 다시 맞물려 돌아갈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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