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최근 들어 건강상의 문제로 일정을 취소하거나 활동을 중단하는 아이돌 멤버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가요계에 이른바 ‘건강 주의보’가 켜졌다. 혈기왕성한 청춘스타들이 줄줄이 건강문제를 겪는 배경에 우려가 더해진다.

레드벨벳 멤버 조이(27)는 최근 컨디션 난조로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조이는 예정된 방송 프로그램 녹화 등 모든 스케줄을 취소했다. 레드벨벳은 서울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요코하마, 방콕, 마닐라, 파리, 베를린 등 10개 도시에서 투어를 열 계획이나 조이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얼마 전 컴백한 그룹 아이브 레이(19)도 상황이 비슷하다. 레이는 첫 정규앨범 ‘아이 해브 아이브’ 발매 하루 만인 지난 11일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아이브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레이가 가슴 두근거림과 답답함 등의 컨디션 이상 증세를 느껴 병원을 찾아 상담 및 검진을 받았다”며 “의료진으로부터 치료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규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포토타임을 제외하고 불참했었던 레이. 팬들의 걱정과 우려가 쏟아지자 레이는 공식 팬 플랫폼에 “잠시 멈춰서서 스스로를 잘 챙기겠다”며 “아이브 멤버 모두 사람들에게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룹 NCT DREAM 천러(22)는 감기 몸살 증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마닐라와 싱가포르 콘서트에 불참한다. 천러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5월 13일, 14로 예정 마카오 공연부터 참석할 예정이다. 천러가 속한 NCT DREAM은 두 번째 월드 투어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6월 서울 고척스카이돔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7월 브라질과 칠레, 페루, 멕시코 등 남미 공연도 예정돼 있어 천러의 건강 회복에 대한 팬들의 걱정이 앞서고 있다.

그룹 에스파 멤버 윈터(22)도 건강 상의 이유로 일본 공연에 불참했다. 29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일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윈터가 29, 30일 공연에 불참한다고 알렸다. 이로 인한 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티켓 환불도 진행했다. 에스파는 오는 5월 8일 세 번째 미니앨범 ‘마이 월드(MY WORLD)’로 컴백을 앞두고 있다.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신도의 자녀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그룹 DKZ 멤버 경윤(23)도 불안장애 및 그로 인한 사회공포증 증상 소견을 받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 외에도 그룹 앨리스 도아, 연제(이상 24)도 컴백을 앞두고 활동을 잠정 중단했고, 블리처스 고유(22)도 컨디션 난조로 활동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앞서 그룹 TNX 천준혁(19)도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한 바 있고, 드리핀 알렉스(19)도 컨디션 난조로 당분간 휴식기를 가지면서 6인 체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난 19일 세상을 떠난 아스트로 멤버 고(故) 문빈과 절친했던 가요계 동료들이 잇따라 일정을 취소하면서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가수들의 마음 건강에도 팬들의 우려가 더해지고 다.

故 문빈과 두터운 친분을 이어왔던 그룹 비비지 멤버 신비(25)는 최근 미국 공연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무대에 선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위 브릿지 뮤직 페스티벌&엑스포 2023’ 공연 무대에 오른 신비는 공연 중 고개를 숙인 채 울컥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무대에 서야 하는 이들의 모습에 팬들은 “너무 힘들어 보인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결국 신비를 포함한 비비지는 라디오 스케줄을 취소하는 등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다.

신비와 함께 문빈과 절친한 사이였던 세븐틴 승관(25)도 미니 10집 ‘FML’ 활동에 유동적으로 참여한다.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29일 “승관이 컨디션 난조로 불가피하게 세븐틴 ‘FML’ 팬사인회 등 관련 스케줄에 유동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승관은 문빈이 최근 세상을 떠난 이후 깊은 슬픔에 빠졌고, 승관은 고인의 발인 이후 장문의 편지를 통해 애도의 뜻을 전해 안타까움을 안기기도 했다.

“기쁠 때 기쁘고, 슬플 때 울고, 배고프면 힘없고, 아프면 능률이 떨어지고. 그런 자연스러운 일들이 자연스럽게 내색 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아티스트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인 만큼 프로의식도 좋지만, 사람으로서 먼저 스스로 돌보고 다독이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병들고 아파하시는 일이 없었으면, 진심으로 없었으면, 정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故종현을 떠나보낸 후 ‘2018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 가수 아이유가 디지털 음원 대상을 받고 전한 수상 소감

아이돌 멤버들의 잇따른 건강 적신호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아이돌이란 직업 특성상 밤낮을 가리지 않는 스케줄과 24시간 누군가의 평가와 감시를 받는 시스템, 그 속에서 슬픔과 우울함을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늘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 아이돌의 ‘숙명’과 같은 삶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더 멀리 오래 나아가기 위해선 가쁜 숨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몸과 정신을 가다듬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하물며 누구보다 많은 주목을 받고 바쁜 일상을 보내는 아이돌에겐 더욱 필수적이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보통 ‘컨디션 난조’를 활동 중단의 이유로 밝히지만, 공황장애나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아이돌 멤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팬들과 대중 역시 아이돌에 대한 가혹한 시선보다는 개인의 건강을 더 잘 챙기길 바라는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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