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K팝 걸그룹 신기록을 눈앞에 두며 ‘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더 피프티’로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새나, 아란, 키나, 시오)의 인기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24일 발표한 첫 번째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 타이틀 곡 ‘큐피드’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진입하며 K팝 역사상 최단 기록을 세운 이후에도 매주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데뷔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중소기획사 소속 신인 걸그룹의 ‘반란’이다.

피프티 피프티 ‘큐피드’는 지난 13일 자 빌보드 ‘핫 100’에서 19위를 차지했다. 지난주보다 무려 22계단이나 역주행한 기록이다. 현재 K팝 걸그룹 노래 중 ‘핫 100’에 가장 오래 머문 곡은 블랙핑크가 미국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한 ‘아이스크림(Ice Cream)’이다. ‘아이스크림’은 총 8주간 이 차트에 머물렀고 최고 순위는 13위였다.

순위 상승을 보면 피프티 피프티의 현지 인기가 단순히 ‘반짝’ 인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달 1일자 해당 차트에 100위로 처음 진입한 후, 2주차에 94위, 3주차에 85위, 4주차에 60위로 꾸준히 순위를 올리더니 5주차에는 50위, 6주차에 41위를 기록했다. ‘큐피드’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K팝 걸그룹 ‘핫 100’ 최장 진입 기록 역시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음 주에도 피프티 피프티가 이 차트에 이름을 올린다면 블랙핑크와 공동 1위를 하게 된다. ‘아이스크림’의 13위보다도 높은, 걸그룹 최고 순위 경신도 기대할 만하다. 특히 ‘큐피드’는 ‘아이스크림’처럼 팝스타와 협업곡이 아닌 피프티 피프티의 단독 곡이라 의미가 크다. 순수 해당 아티스트만의 곡으로는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의 이번 순위가 K팝 여성 아티스트 최고 성적이다.

피프티 피프티는 현재 국내 굴지의 4세대 걸그룹 기록도 모두 갈아치웠다. 피프티 피프티는 데뷔 약 4개월 만에 ‘핫 100’ 차트에 입성하면서 데뷔 6개월 만에 ‘디토(ditto)’로 해당 차트에 진입한 뉴진스의 기록을 깼다. 여기에 뉴진스가 ‘오엠지’(OMG)로 갖고 있던 6주 기록을 뛰어넘더니 블랙핑크의 ‘핑크베놈’도 넘어섰다.

피프티 피프티는 빌보드 뿐만 아니라 진입장벽이 높은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서도 신기록을 쓰며 영미권을 사로잡았다. ‘큐피드’가 최근 싱글 톱100(5~11일)에서 9위를 차지하면서 블랙핑크와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협업곡 ‘사우어 캔디’(Sour Candy)의 17위 기록을 가뿐히 제치고 K팝 걸그룹 최고 순위를 찍었다. 특히 K팝 걸그룹 처음으로 해당 차트 톱1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사실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그 시작은 틱톡이었다. ‘큐피드’ 2배속 버전을 BGM으로 사용한 틱톡 게시물이 600만개 이상 만들어지고 이 플랫폼에서 95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디스코 팝 장르의 ‘큐피드’는 자극적 보컬 없이 편안한 리듬과 레트로풍 선율의 곡으로 ‘이지 리스닝’도 크게 작용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외국 시장을 겨냥해 한글과 영어 ‘트윈 버전’으로 발표한 것도 해외 팬들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달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빌보드 ‘핫 100’ 진입에 대해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고 생생한 소감을 들려준 바 있다. 약 한 달이 지난 현재도 식을 줄 모르는 기류에 업계 역시 함께 놀라고 있는 분위기다.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하이브, SM 등 국내 대형 기획사의 전폭적인 프로모션과 데뷔 전부터 쌓아온 거대한 팬덤 없이 영미권 차트에서 롱런 한다는 건 확실히 주목할 만한 성과다. 오직 노래 하나로 이룬 거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건 다음 스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피프티 피프티가 ‘중소의 기적’을 이어가기 위해선 당장의 차트 기록 경신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곡에 비해 낮은 그룹의 인지도 상승과 국내를 비롯한 해외 팬덤 확보가 필요하다”며 “‘큐피드’ 인기 상승과 맞물려 활발한 방송 활동, 자체 콘텐츠 활용, 해외 투어 등 그룹을 알리는 프로모션이 더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짝 돌풍’이 아님을 보여주며 나날이 글로벌 인기의 탄력을 얻은 피프티 피프티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미국 대형 에이전시인 워너 레코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미국 진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새로운 닻을 올린 피프티 피프티의 항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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