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한국전력공사 정승일 사장이 12일 25조 이상의 재무 개선 자구안을 발표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동안 한전은 급격한 경영 악화로 적자의 늪에 빠져 있었다. 또한 한전 직원들의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 한국에너지공대 감사 은폐 의혹 등이 제기되며 정 사장에 대한 사퇴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한전은 이날 오전 전남 나주 본사에서 ‘비상 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를 열고 25조7000억원 이상의 재무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자구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재정 건전화 계획에 담긴 20조1000억원보다 규모가 5조6000억원이 늘었다.

우선 한전은 서울 요지 여의도 남서울본부의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임직원 임금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한전과 10개 자회사의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체 반납하고, 3급(차장급)은 인상분 절반을 반납한다. 이와 관련해 한전 사측은 노조에 동참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또 한전은 업무추진비 등 경상 비용을 최대한 절감해 2026년까지 1조2000억원을 덜 쓰고, 전력 설비 투자건설 시기를 일부 뒤로 미뤄 2026년까지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정승일 사장은 자구안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오늘 자로 한전 사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전기요금 정상화는 한전이 경영 정상화로 가는 길에 중요한 디딤돌”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사장의 사퇴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정부·여당의 올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 결정에 앞서 이뤄졌다. 국민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금 인상을 앞두고 ‘고통 분담’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분기 전기요금의 소폭 인상에도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마진’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한전의 적자구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11조6000억 규모의 도시가스용 미수금이 쌓인 가스공사도 이날 최연혜 사장 등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 결의대회’를 열고 2급 이상 임직원들의 올해 임금 인상분 전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또 국내 가스 수급 안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비 1조4000억원을 이연·축소하는 등 총 15조4000억원을 절감하는 경영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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