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모두가 성공을 확신했다. 파워에서 비견될 선수가 없었고 야구에 임하는 자세도 좋았다. 거대한 체구인데 스피드와 유연성도 있어 기술적으로도 향상될 가능성이 높았다.

관건은 ‘언제’였다. 황병일 2군 감독부터 차명석 단장, 이호준 타격코치 등은 언젠가는 그가 LG 4번 타자가 될 것이며 30홈런 이상을 터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언제가 지금이 될지도 모른다. 잠실 빅보이 이재원(24) 얘기다.

물론 이제 겨우 5경기 선발출장이다. 그런데 결과는 물론 과정부터 남다르다. 상대 배터리와 침착하게 승부하고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공에 반응하지 않는다. 상대가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면 이에 맞춰 기다리다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대포를 쏘아 올린다. 그러다가도 초구부터 자신있게 배트를 내면서 적시타를 터뜨린다. 지난 17일 잠실 KT전까지 26타석에서 2홈런 6타점 타율 0.304 OPS 1.037로 그라운드를 집어삼키고 있다.

그냥 나온 결과는 아니다.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부터 방향을 잡고 올시즌을 준비했다. 자신의 스윙을 유지하되 상대와 수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이재원은 지난 17일 경기 후 “늘 생각을 하면서 훈련했다. 막연하게 훈련하는 게 아니라 좀더 생각하면서 왜 이런 훈련을 해야하는지 느꼈다”며 “감독님께서 항상 여유있게 하라는 말씀을 하신다. 늘 여유를 갖으려 한다”고 말했다.

상대 팀 입장에서 이재원은 굳이 정면승부를 할 필요가 없는 타자다. 실투 하나면 홈런이다. 그래서 투수들은 이재원을 상대할 때마다 변화구의 비중이 높고 스트라이크보다 볼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염경엽 감독이 이재원에게 매일 수백개씩 공을 보는 훈련을 시켰던 이유이기도 하다. 흐름을 읽고 선구안을 유지하면 이재원은 무적이 될 수 있다.

지근거리에 이상적인 타자도 있다. 입단동기이자 늘 가깝게 지내는 문성주다. 문성주는 지난해 타율 0.301·출루율 0.401, 올해 타율 0.326·출루율 0.418을 기록하고 있다. 정확도와 선구안을 두루 갖추며 홍창기와 함께 리그 최고 테이블세터로 활약 중이다.

이재원은 “평소에 성주형이랑 타격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다. 입단동기인 형이다. LG에 왔을 때부터 가깝게 지냈고 많이 친하기도 하다. 그만큼 성주형에게 조언도 듣고 성주형의 모습도 많이 참고한다”면서 “성주형을 보면 타석에서 항상 잔잔하고 침착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론 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마냥 보기만 해서는 적용이 안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경험이다. 염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시점부터 이재원을 꾸준히 선발 출장시킬 것을 강조했다. 부담이 적은 하위타순에서 삼진 3, 4개를 당해도 라인업에 넣을 것을 예고했다.

외야진 포화 상태에 대한 해답도 머릿속에 넣었다. 이재원을 포함해 주전급 외야수가 엔트리에 가득하지만 주 5일 근무로 이 부분을 해소하려 한다. 김현수, 박해민, 홍창기, 문성주, 이재원 외야수 5명이 지명타자까지 네 자리에 들어가고 한 명씩 쉬어간다. 지난 17일에는 전날 경기 중 작은 부상을 당한 문성주가 벤치에서 대기했다. 18일에는 꾸준히 선발출장해온 박해민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구단 안팎에서 모두가 탐내는 선수다. 트레이드 협상 테이블마다 지속적으로 이름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LG의 입장은 늘 단호했다.

지난해 5월 트레이드 루머에 차 단장은 “이재원을 트레이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재원의 파워는 가르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타고났다. 언젠가는 잠실에서도 30홈런을 칠 타자다. 다른 팀에 가면 40개도 넘길 것이다. 이재원이 다른 팀에서 40홈런 치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트레이드 불가’를 선언한 바 있다.

어느 팀보다 우타거포 갈증이 심했던 LG다. 그래서 LG는 상위라운드는 투수로 도배된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과감하게 이재원을 선택했다. 장기 프로젝트를 각오했는데 5년차였던 지난해 가능성을 비췄고 6년차인 올해 기대가 확신으로 변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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