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또 졌네요.”

2년 전 패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안세영(삼성생명)은 경기 뒤 한국 공동 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매번 똑같이 지는 것 같아 안 울려고 했는데 좀 아쉬워서 네...아쉽다는 말 밖에 안 되는데... 안 됐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죠. 또~.”

6년 만에 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 정상 탈환에 나선 한국 대표팀이 믿었던 안세영(삼성생명)마저 중국의 천위페이한테 무너지며 은메달에 만족했다.

21일 중국 쑤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수디르만컵 결승. 김학균(52)이 이끄는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세계 최강 중국에 매치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2년마다 열리는 수디르만컵은 혼합복식→남자단식→여자단식→남자복식→ 여자복식 순으로 경기를 치러 승부를 가리는 혼합단체전. 5전3선승제다.

한국은 이날 첫번째 혼합복식에서 세계 5위 서승재(국군체육부대)-채유정(인천국제공항)이 1위 정쓰웨이-황야치옹에 1-2(21-18, 20-22, 8-21)로 역전패를 당한 것이 뼈아팠다. 2세트 매치포인트까지 갔으나 역전패를 당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이어 남자단식에서 세계 213위 이윤규(김천시청)가 10위 스위치에게 0-2(13-21, 17-21)로 지며 벼랑 끝에 몰렸다.

그리고 여자단식에서 세계 2위 안세영이 4위 천위페이한테 0-2(16-21, 20-22)로 패하면서 경기는 끝이 났다. 최근 천위페이에게 최근 3연승을 올리며 그의 징크스에서 벗어났던 안세영. 그는 한국팀이 먼저 2패를 당한 때문인지 엄청난 심적 부담감을 느끼며 허망하게 무너졌다. 상대전적도 4승9패가 됐다.

안세영은 D조 조별리그 일본과의 3차전에서 세계 1위 야마구치 아카네, 대만과의 8강전에서 3위 타이쯔잉을 잇따라 제압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전 세계 1위 천위페이의 벽에 다시 막히고 말았다.

안세영은 지난 2021년 대회 때도 중국과의 4강전에서 천위페이에게 진 바 있다. 그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때도 여자단식 8강전에서 천위페이와 만나 패배하며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안세영은“ 계속 되뇌이고 되뇌이고 했었는데, 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했었는데, 상대가 워낙 잘하더라. 확실히 아직 제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은 이날 안세영이 이겼으면 김원호(삼성생명)-나성승(김천시청)의 남자복식, 더 나아가 이소희(인천국제공항)-백하나(MG새마을금고)의 여자복식까지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컸다.

한국은 지난 2017년 호주 골드코스트 대회(15회) 때 중국의 7연패를 저지하고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중국 난닝 대회 때는 8강, 2021년 핀란드 반타 대회 때는 공동 3위로 밀렸다.

중국은 대회 3연패를 달성하며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김학균 감독은 경기 뒤 한국 공동 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각자 선수들만의 능력치를 보여준 것도 있고, 부족한 것도 보여줬는데 결과론적으로는 못한 건 아니다. 지금 잘한 거다. 아직까지 저희가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준우승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수들이 잘했기 때문에 칭찬해주고 싶다. 모두들 잘했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약간의 강단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상대적으로 과감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가 (오는 9월로 연기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대비한 기반이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을 거쳐 2024 파리올림픽까지는 무수하게 준비할 것들이 많다. 지도자들도 할 일이 많아졌다. 선수들도 지도자들과 함께 다시 쇄신해서, 또 목표를 위해서 또 한번 달려가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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