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김은중호의 ‘군인 듀오’가 대어 사냥의 선봉에 섰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서 2-1 승리했다.

유럽 전통의 강호이자 대회 우승 후보인 프랑스를 상대로 탄탄한 조직력, 준비된 전술로 맞서며 소중한 1승을 챙겼다. 첫 경기서 승점 3을 얻은 만큼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크게 상승했다. 경우의 수에 따라 당장 2차전에서도 확정이 가능하다.

승리에 결정적 구실을 한 선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이영준과 골키퍼 김준홍(이상 김천 상무), 두 명의 군인이었다.

이영준은 최전방에서 피지컬이 좋은 프랑스 센터백들과 치열하게 경합하며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앞에서 공을 지켜주고 동료들에게 연결하는 플레이가 특히 좋았다. 이영준의 간결한 터치와 정확한 패스를 앞세운 연계 플레이 덕분에 한국은 오랜 시간 공을 소유하지 않고도 위협적인 공격을 구사할 수 있었다.

백미는 결승골 장면이었다. 후반 19분 왼쪽에서 이승원이 짧게 올린 프리킥을 이영준이 앞으로 튀어나와 방향만 바꾸는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완벽하게 준비된 세트피스로 상대 수비수, 골키퍼는 눈을 뜨고 실점을 지켜보기만 했다.

맨 뒤에서는 김준홍의 선방쇼가 이어졌다. 프랑스가 시도한 유효슛 6회를 모두 막아냈다. 특히 실점과 다름없던 슛을 몇 차례 방어하는 ‘슈퍼 세이브’도 자주 나왔다.

김준홍에게는 자칫 악몽이 될 뻔한 경기였다. 후반 21분 김준홍은 상대 크로스를 차단하려 몸을 날리다 프랑스 공격수 말라민 에페켈레와 충돌했다. 크로스가 워낙 빨라 두 선수 모두 제대로 공에 터치하지 못했다. 공은 그대로 반대편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콜롬비아 출신의 존 오스피나 주심은 김준홍의 반칙을 선언하며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페널티박스 내의 반칙이니 당연히 프랑스에 페널티킥을 부여했다.

오심에 가까운 판정이었다. 두 선수는 공을 제대로 보지 못해 거의 동시에 접촉했다. 그 누구의 소유권으로 인정하기 어려웠고, 다이빙 동작도 자연스러웠다. 반칙으로 보기엔 무리였다.

심지어 이 주심은 경기 내내 관대한 판정으로 일관했다. 전반전에는 한국 선수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프랑스 수비수에게 얼굴을 가격당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오직 이 장면에서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아무리 엄격하게 봐도 반칙으로 보긴 힘들었다.

충돌 과정에서 큰 충격을 받은 김준홍은 한동안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부상 위엄을 안고 일어났는데, 페널티킥으로 인해 억울하게 실점까지 했다. 자칫 흔들릴 수 있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기세를 올린 프랑스는 막판에 치열하게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김준홍은 프랑스의 슛을 모조리 막아내며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은 채로 경기를 마감했다.

이영준과 김준홍 모두 올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김천 상무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영준은 2021년 수원FC에 입단해 프로로 뛰다 올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김천 상무에서 활약하고 있다. 군인답게 이날도 득점 후 경례 세리머니를 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신분을 드러냈다. 동갑내기인 김준홍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골키퍼인 김이섭 코치의 아들로 유명하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골키퍼 유망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두 선수를 앞세운 한국은 26일 온두라스와 2차전을 치른다. 온두라스는 1차전서 감비아에 1-2로 졌다. 조 3위 중 상위 네 팀은 16강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경우의 수에 따라 당장 2차전 종료 후 확정할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