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기자] “목표는 훈민정음을 깨치는 것이다.”

KBO리그를 거쳐간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있다. 이런 선수가 있나 싶다. ‘훈민정음’을 말했다. 주인공은 SSG ‘외국인 에이스’ 커크 맥카티(28)다.

맥카티는 올시즌 9경기에서 52이닝을 소화하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0을 찍고 있다. 최초 계약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신장 173㎝의 비교적 단신 선수다. ‘건장한’ 체격을 보유한 선수가 아니다.

그래도 2022시즌 빅리그에서 뛰었다. 클리블랜드에서 13경기(2선발)에 출전해 4승 3패, 평균자책점 4.54를 만들었다. 2021시즌에는 트리플A에서 오롯이 선발로만 24경기를 뛴 선수이기도 하다.

SSG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고, 실제로 통하고 있다. 신체 조건과 호투는 별개다. 손가락에 이상이 오면서 한 번 등판을 거르기는 했으나 이를 제외하면 꾸준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30일 삼성전에서도 6.1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재현에게 솔로포 하나를 맞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웠다.

경기 후 만난 맥카티는 “지난주 내내 경기를 준비하면서 계획했던 것이 있다. 그게 오늘 잘 나온 것 같다. 자세한 설명은 좀 어렵다. 너무 많은 패를 보여드리면 안 되지 않겠나”며 웃었다.

피홈런에 대해서는 “초구에 커터를 던져서 파울이 나왔다. 체인지업을 던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피홈런도 경기의 일부다. 대신 공이 조금만 더 낮게 갔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재현의 스윙이 너무 좋았다”며 상대를 치켜세웠다.

맥카티 이후 노경은-서진용이 올라왔다. 노경은이 1.2이닝 무실점, 서진용이 1이닝 1실점. 위기가 계속 있었고, 자칫 승리가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맥카티는 “우리 팀에는 너무 좋은 불펜이 있다. 노경은이 위기 상황에서 항상 잘 막아준다. 믿고 내려왔다. 9회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편안하게 봤다. 서진용이 9회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기는 했는데, 어쨌든 잘 막았다. 그럼 된 것이다”며 미소를 보였다.

시즌 목표를 물었다. 잘 진행되고 있는지도 함께 질문했다. 비교적 괜찮다고 한다. “항상 시즌 전에 ‘건강하게, 내 순서 거르지 않고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는다. 빠진 적은 있지만, 그래도 로테이션을 대부분 소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꿈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개인 성적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는 편이다. 개인 기록은 의미가 없다. 매 경기 1%씩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이 아니었다. “사실 다른 목표도 하나 있다”며 “훈민정음을 다 깨치고 싶다. 통역과 내기를 한 것이 있다. 내기에서 이기고 싶다”며 크게 웃었다. 순간 통역의 표정도 난감해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기인지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내기의 주제가 놀라웠다. 그만큼 KBO리그에 진심이고, 한국에 진심이라는 뜻이다.

이미 스프링캠프 당시에도 “한국말을 빨리 배우고 싶다”고 했다. 현재 아내와 딸, 장모 등 가족들이 한국에서 함께 생활 중이다. 당연히 가족이 큰 힘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빨리 녹아들고자 한다.

시즌이 끝나면 돌아갈 수도 있는 이방인이지만, SSG 소속의 선수로서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허투루 하지 않는 모습이 돋보인다.

외국인 선수의 최대 관건이 ‘적응’이다. 한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애를 먹었던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최소한 맥카티는 그런 것이 없어 보인다. 성적까지 좋으니 금상첨화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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